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을 발표했다. 이동통신 가입자 전체가 요금 인하(월 1만1000원) 효과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 투자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 요금 인하 정책이라며 우려했다.
문 후보는 11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8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기본료 완전 폐지'다. 사업자 간 경쟁 등 통신 정책을 활용한 점진 인하가 아니라 요금 1만1000원을 일괄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롱텀에벌루션(LTE) 기지국 등 통신망 투자가 완료, 설비투자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부과한 기본료를 유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망 유지 보수를 위해 기본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통신사 입장에 대해서도 수조원에 이르는 통신사 영업이익과 사내유보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통신 기본료를 폐지,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유지하되 지원금 상한제는 조기 폐지를 약속했다.
자체 분석 결과 미국에서는 단말기를 21%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서 10월 일몰 예정인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 폐지, 지원금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단통법을 개정,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도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에서 가격 인하 여력을 확인,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주파수 경매에 통신사 통신비 인하 성과와 계획 항목을 추가할 방침이다. 경매 평가 항목에 통신비 인하 실적을 포함, 이통사의 자발적 인하를 유도한다는 목표다.
데이터 요금체계 개편 공약도 제시했다. 데이터 이월과 가족·지인 간 데이터 공유 서비스 등을 확대, 통신비 인하를 위한 옵션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모든 공공시설에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의무화한다. 이통 3사가 보유한 와이파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고, 통신사 와이파이가 없는 곳은 중앙정부·지방정부가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도록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무선인터넷 요금제를 도입, 평등한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문 후보는 동아시아 한·중·일 3국 간 로밍요금 폐지 계획도 밝혔다. 3국이 협의해 한·중·일 3국 어디서나 국내처럼 부담 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한다.
문 후보는 “가계 통신비 인하는 실생활에서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적 약속”이라면서 “정보기술(IT) 강국, 통신 강국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이 같은 공약에 대해 통신사는 반발했다. 월정액 1만1000원을 일률 인하할 경우 영업이익이 2014년 기준 약 7조5000억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통사는 적자로 전환되고, 5G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신규 네트워크 투자 여력은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8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자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