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범부처 차원의 중장기 발전 전략 필요성이 제기됐다. 통합 로드맵을 바탕으로 부처별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이 마련돼야 할 때라는 것. 추진 동력 상실과 비효율성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기술 확보, 수출 대응, 인력 양성을 위해 통합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18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기관이 의료기기 SW 관련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의료기기 내 SW 탑재 비중은 최대 40%에 육박했다. 하드웨어(HW) 중심의 기존 의료기기에서 벗어날 차별화 요소다.
정부도 의료기기 SW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지원 사업을 본격화했다. 산업부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을 통해 의료기기 SW 역량 확보와 국제표준 가이드라인 사업을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디지털헬스케어SW시험평가센터 구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5년 동안 총 143억원을 투입, 대구에 센터를 구축한다. SW 개발 단계부터 품질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국제표준 가이드라인도 개발한다.
미래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을 통해 '의료기기 분야 SW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SW 개발 단계부터 사업화, 인허가까지 전 주기 SW 역량 확보가 목적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SW 품질평가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복지부도 의료기기지원센터를 통해 지난해부터 의료기기 SW 품질 향상, 인허가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기 SW 역량 확보 측면에서 다양한 정부 사업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각 부처 사업들이 큰 그림의 범정부 로드맵 없이 진행되면 자칫 행정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각 사업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착수되지만 부처 간 논의는 없는 실정이다.
KTL 관계자는 “인허가에 초점을 맞춰 SW 설계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전 주기를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NIPA는 단순 서류 형태로 결과물만 기업에 전달하는 반면에 KTL은 테스팅 도구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NIPA 측은 “그동안 KTL이 의료기기 SW 품질 검증이나 기타 인허가를 지원했지만 수익 목적에 초점을 맞춰 기업 불만이 컸다”면서 “조선, 제조, 가전 등 다양한 영역의 SW 지원 경험을 보유해 의료기기도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부처 간 따로 진행되는 의료기기 SW 정책을 단일 목표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한다. 단순 인허가 지원, 품질 검증을 넘어선 의료정보화 산업의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이 복지부, 산업부, 미래부로 분리 추진돼 시너지 효과가 없다”면서 “부처별 의료기기 SW 전담 부서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메디칼디바이스 PD는 “의료기기 SW는 사용자 안전을 담보할 요소인 동시에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다부처 공동 사업을 통해 체계를 갖춘 육성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