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인공지능(AI) 교육 혁신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개론과 설계 응용' 수업을 시작한다. 이후 커리큘럼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교육 내용 수립, 수업 예시물과 강의 자료 마련 등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전기 및 전자공학부 강의실을 찾았다.
“교수님, 갓 입학한 신입생에게는 그런 전문 용어가 어려울 겁니다.”
KAIST N1빌딩 214호. 통계적 추론 및 정보이론 연구실이다. 김준모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학생 5명을 앞에 두고 내년도 AI 개론 수업에 적용할 예시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실제 수업처럼 KAIST가 개발한 AI 적용 영상인식 기술 개요와 적용 알고리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듣고 있던 박사 과정의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일어나 강의 내용을 지적했다. 김 교수가 모니터에 구현된 '영상 보행자 검출' 기술을 가리키며 “프리시전 리콜이 좋아서 바인딩 박스가 정확하게 사람에게 들어 맞는다”고 말한 뒤였다.
김 교수는 멋쩍게 웃고는 곧바로 노트에 뭔가를 적어 넣었다. 이런 식으로 학생 반응을 보거나 예측해서 내년에 실시할 수업 내용을 조율하는 자리였다. 김 교수는 학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이 과정을 반복했다.
잠시 후 주제가 음성인식 기술로 바뀌었다. 한 학생이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구동한 뒤 휴대폰으로 노이즈 음원을 재생했다. 김 교수는 컴퓨터 옆에 놓인 마이크로 '김준모'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화면에 김준모라는 세 글자가 떠올랐다. 듣기 거북할 정도로 노이즈를 키운 상태에서 동일한 행동을 반복했다. 결과는 똑같이 나왔다.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는 AI 기술을 직접 보여주면 누구라도 흥미를 느낄 겁니다. 개론 수업에 쓸 기술 예시들을 차근차근 모으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또 다른 학생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김 교수와 학생들은 이달 초부터 이런 방식으로 AI 개론과 설계 응용 교과목을 개발해 왔다. 내년도 신입생이 좀더 쉽게 AI를 접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체험학습 장소를 물색했다. 박사과정 1년차 김병주 학생이 사전에 정리한 10개 남짓한 리스트를 내놓았다. 이어 다른 학생들도 추가 장소를 추천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네이버, 삼성, LG, SK 텔레콤 등 대기업부터 작지만 높은 기술력을 갖춘 혁신기업까지 30여개 기업 이름이 쏟아졌다.
김 교수는 AI로 회로기판 불량을 판별하는 '고영테크놀로지'를 거론하며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을 찾는 것도 좋지만, AI 기술을 실제 생산 환경에 적용하는 사례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업 시연 및 내용 수정, 갖가지 회의는 수시로 열린다. 신성철 총장을 비롯한 학교 내부, 외부의 관심이 뜨거운 탓이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학교 안팎에서 AI 기대감이 부쩍 높아져서 한편으로는 부담이 된다”면서도 “KAIST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AI와 더 친숙해지도록 준비해 내년에 효율 높은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