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경기는 호전된다는 지표가 나오지만 실물경제는 내수 침체와 역대 최고치 청년 실업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랜들 존스 OECD 한국·일본 담당관은 한국의 노동투입 시간은 이례로 높은 반면에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존스 담당관은 “노동력이 급속히 줄고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낮아 국가 생산성 전반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과 임금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 인식은 같아도 처방은 제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양극화, 과도한 노동시간 투입 대비 낮은 노동 생산성, 비정규직 소득 불평등 문제 등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후보들의 시각은 비슷하다. 처방은 후보마다 다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일자리 공약 핵심은 공공·사회 서비스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상황판을 마련해 매일 점검한다.
문 후보는 “국가가 기업에 많은 지원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기업의 일자리 능력이 소진된 상황이라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소방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교사, 경찰 등 국민 안전과 치안·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를 17만4000개 늘린다. 또 보육, 의료, 요양 등 사회적기업의 공공부문 민간수탁 일자리 34만개, 공공 부문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 전환으로 3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업 기 살리기' 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공약을 내놨다. 규제 철폐, 서비스 산업 활성화로 서비스 산업 비중을 현재 59.7%에서 70% 초반까지 확대한다.
법인세 인하, 준조세 합리화로 역동적 시장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고, 혁신형 강소기업을 육성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 등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기대했다.
단 앞으로 5년 동안 '성장 절벽'에 대해 정부는 실업을 해소하는 응급 처방에 집중, 일자리와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 차별 등 제도 상의 문제에도 적극 개입한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유망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월급 50만원을 지원, 현재 2500만원인 중소기업 평균 연봉을 대기업 4000만원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일자리 정책 기본 방향은 혁신 성장을 위한 창업 활성화다. 이와 함께 '혁신안정망' 구축으로 청년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유 후보는 정부는 대기업, 공공기관과 함께 '상생 일자리기금'을 조성,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 보조 사업에 활용한다. '칼퇴근' '돌발노동금지' 등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슬로건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다. 심 후보는 비정규직 등 악성 일자리 확산을 금지하고, 노동 시간 대폭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데 앞장선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소방·근로감독관 등 생명안전 분야 강화, 사회·공공 부문 일자리 약 100만개 창출 등 계획을 내세웠다.
심 후보가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것은 임금 격차 줄이기와 노동시간 단축 방안이다. 업종별 임금 가이드라인 설정과 최고임금제를 도입한다. 임원 임금이 최저임금 대비 공공 부문은 10배, 민간 부문은 30배를 넘지 않도록 한다.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한 노동부의 주 60시간 행정 지침을 폐기한다. 주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주 35시간 근무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비정규직 해소, 최저임금 1만원 시기·방법 온도차
비정규직 해소 방안과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방향은 같아도 실현 시기나 방법에서는 대선 후보별 온도차가 컸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법을 제정하고, 상시·지속 일자리는 정규직 고용 원칙을 만든다. 사내 하청에 대해 원청 기업이 공동 고용주로서 책임을 지도록 법을 정비한다.
홍 후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환경 조성 계획은 밝혔지만 비정규직 해소 방안은 여타 후보와 다르다. 경직된 노동 구조와 강성 귀족노조가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면서 공무원 구조 조정과 해고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직무형 정규직 제도를 도입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특정 직무군을 정하고, 비정규직 고용기간 만료 이후에는 반드시 정규직과 같은 조건으로 채용하게 한다.
유 후보와 심 후보는 비정규직 채용을 원천 차단한다. 유 후보는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를 도입하고 파견, 용역, 특수직 등 간접 고용도 비정규직 총량에 포함해 규제한다. 최저임금 미준수때는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다.
심 후보는 비정규직 '입구'부터 없앤다. 계절 업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결원 등이 아니면 모든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한다. 간접 고용에도 법적 책임 및 단체교섭을 의무화한다. 프리랜서 등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특수고용직에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3권을 보장한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