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 등 대기 환경 악화로 말미암은 인체 건강 우려가 커졌지만 국민들의 물 환경에 대한 관심은 매우 약한 듯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 변화된 물 환경에 대응할 물 관리 체계 개편은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물 환경 관리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4대강의 녹조 빈발은 물론 33%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취수율,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하수위 저하, 불투수층 확대로 인한 물 순환 부족, 중소 하천의 건천화 등이 주요 문제다.
세계물협력체는 통합 물 관리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평한 방법으로 물과 토지, 관련 자원의 개발 및 관리를 유기적으로 실행해 나감으로써 경제·사회 복지를 극대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서 물 관리에 관한 국제적 추세는 단순히 적정한 양의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인간과 자연을 고려해 통합 관리해야 하는 국가 자원으로 본다.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한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 가운데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수질과 수량의 통합 관리다. 영국은 환경농촌식품부, 덴마크와 미국은 환경부 또는 환경보호청, 독일은 환경보호원자력안전부가 각각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질과 수량 담당 부처가 분리, 통합 물 관리를 위한 조직 체계조차 정비되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은 2014년에 통합 물 관리를 실현하려 했다가 부처 통합에 실패, 결국 구체적 실행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국회 차원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신설, 통합 물 관리를 달성하려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지속 논의했다. 이는 선진국 방향과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자 일본 사례를 답습하는 결과를 가져와 통합 물 관리 실효성 달성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처별 물 관리 조직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도 분산된 물 관리로 인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연방물관리위원회가 1990년대에 폐지된 이유이기도 하다. 위원회가 분산된 각 부처의 업무 영역을 직접 컨트롤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국 부처 간 조정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에서 4대강 사업에 22조2000억원을 투자했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심화되고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강의 기능은 오히려 약화됐다. 수변공원·자전거길·캠핑장 등 일부 친수 시설 및 공간 이용률도 낮고, 강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물 관리 패러다임은 단순 개발에서 물 수요 관리로, 수량 중심에서 수질·수생태계 중심으로, 하천 이용에서 생태 복원 중심으로, 자연과 공존을 위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도 사회 합의 아래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통합 물 관리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강의 고유성 회복과 함께 대두된 물 환경 악화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분산돼 있는 물 관리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 나아가 물 산업의 장기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 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화두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통합 물 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 세대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자연과도 공유하는 물'을 마시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그 출발점은 물 관리 부처의 통합이다.
최지용 서울대 교수 cjy2053@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