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훈풍'이 제조업 전반에 닿지 않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만 호황일 뿐 상당수 제조업은 여전히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작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체 취업자가 늘어도 제조업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다.
3일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출·생산·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개선세가 뚜렷해졌지만 제조업 관련 지표는 불안한 모습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월 71.0%, 3월 72.6%를 기록해 1월(74.2%)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2월 이후 경기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72.6%, 연간수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0%라는 것은 공장 10곳 중 3곳은 쉬고 있다는 의미다.
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 하락해 최근 70% 중반을 하회하는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설비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 어려움은 취업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3월 전체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만6000명 늘어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는 오히려 8만3000명 줄며 9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제조업체들이 경기 회복을 확신하지 못해 채용을 주저하는 것이다.
제조업 생산은 2월 전월대비 3.6% 감소 후 3월 1.1% 증가로 돌아섰다. 그러나 제조업·서비스업 등을 모두 포함한 3월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1.2%)에는 못 미쳐 여전히 개선세가 미약하다는 평가다.
최근 우리 경제 회복세는 반도체·건설 부문이 견인했다. 그럼에도 제조업 전반이 불안한 것은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 제조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늘었지만 통신·방송장비, 기타운송장비는 각각 14.1%, 11.1% 줄었다.
반도체가 다른 제조업종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는 자동차처럼 하도급 업체가 많지 않고, 상당수는 완제품 형태로 생산·수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제조업종 유휴설비의 원활한 이동 등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조덕상 KDI 연구위원은 “제조업 업종별로 평균가동률 격차가 심하고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기업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유휴설비가 성장 기업에 원활하게 이동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자료:통계청, 단위:%)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