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220만원... 국내 거래소 해킹에도 가격 널뛰는 비트코인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국내 거래가격이 한때 220만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본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에 불이 붙었다.

최근 국내 비트코인거래소가 해킹돼 55억원 규모 비트코인이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 보안 우려가 제기됐지만 투자 대상으로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비트코인거래소에서 1비트코인 당 200만원이 넘는 시세가 형성됐다. 20만원대로 최저가를 찍었던 2015년 초에 비하면 10배, 50만원대를 형성하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4배가량 가치가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온라인 가상화폐다. 중앙 발행기관이나 금융회사 등 개입 없이 각 사용자가 참여해 특정 수학 공식을 푸는 '채굴'이라는 작업을 거쳐 발행된다. 전체 통화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정해져 있어 개인 간 거래 상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거래 가격이나 환율에 국가나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에서 차세대 대안 통화로 제도권 편입을 고려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2013년 거래소가 생기고 핵심 핀테크 기술로 조명되면서 수개월 만에 10만원대에서 160만원대로 가치가 급등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가격 추이(자료:코빗)
국내 비트코인 거래가격 추이(자료:코빗)

이후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거래에 제재를 가하거나 화폐로서 제도권 편입을 고려하는 입장을 보일 때마다 가격대가 오르내렸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지속적인 하락 곡선을 그렸다. 거래 내역은 모두 공개되지만 거래자 정보는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각종 '돈세탁' 프로그램도 등장, 범죄 자금 은닉이나 랜섬웨어 몸값 지불 용도로도 악용됐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상승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시장 상황이 변동되며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SEC는 당초 비트코인 ETF 상장을 거부했으나 지난달 말 거부 결정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TF 상장은 비트코인 합법화와 투자업체 대규모 자본 유입 등에 청신호다.

중국은 한때 전체 비트코인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달할 정도로 가치 상승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인민은행이 규제 입장을 밝히면서 거래량이 급락했다. 현지 거래소의 해외 송금에 제약이 걸렸지만 여전히 위안화 가치하락 회피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도 최근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가상화폐를 새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는 화폐보다는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해외 시장 영향을 받아 시세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일부 상점 등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했으나 변동성이 워낙 커 화폐로 이용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한 곳이 해킹됐다. 3816비트코인 규모로 보유하던 고객 자산의 37%에 달한다. 피해 손실을 모든 회원에게 분담시켜 논란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어렵지만 여전히 기대심리가 높다”며 “가격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큰 만큼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