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산업과 관련된 키워드는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융합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네 번째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기초한 소프트웨어(SW) 적용 가속화로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고, 기존에 비해 더 넓은 범위에 더 빠른 속도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산업의 이업종 간 융합 현상이 자동차·기계·섬유 등 기존 산업에서 가장 활발하고, VR·증강현실(AR)·3D 등 신산업 분야에서 좀 더 구체화되고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미 구글이나 테슬라의 자율 주행 등 융합 기술과 서비스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새 정부를 맞이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중대한 전환 시기에 앞으로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가 나아가야 할 국가 정책 방향을 정하고 집행할 정부 조직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산업과 ICT 정책을 다룰 정부 거버넌스 방향에 관해 몇 가지 제언한다.
첫째로 융합 시대에는 산업과 ICT가 긴밀히 연결돼 정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산업뿐만 아니라 국방·교육·문화·해양수산·교통 등 모든 분야에 ICT는 필수로 결합돼 있고, 정책 또한 부처별로 특색 있게 결정돼야 한다.
둘째로 ICT 재도약 및 유망 신산업 발굴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과 융합이 절실하다. 기존 ICT의 성장 동력이던 인터넷과 모바일 등 개별 영역은 시장 내에서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다. 현 상태에서의 돌파구는 새로운 신산업 영역 개척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산업은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업 영역에 신기술을 적용, 좀 더 큰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 사업이다. 예를 들면 우버(ICT+교통)나 에어비앤비(ICT+여행·숙박) 등이다. AI를 도입한 알파고, 로봇비서 아담, IBM 왓슨 또한 바둑·로봇·의료 분야와 접목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활용해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셋째로 우리 경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 지속을 위한 ICT와의 연관 정책 분야다. 최근 정보통신 기기와 관련 부품 제조업에 관한 정부 육성 정책이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은 되돌아볼 일이다. 독일 산업혁신4.0의 핵심은 제조업 스마트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있다. 우리 또한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 고용과 수출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ICT를 접목한 제조업의 고부가 가치화가 시급하다. 이것은 결국 해당 산업 주체로 ICT 융합을 이뤄 고부가 가치를 달성해야 한다. 제조업 분야별로 미래 계획을 전문으로 수립해서 지원하는 각 주무 부서의 ICT 융합 정책 또한 더욱 강화돼야 한다. 미국의 '미국 내 스마트 제조업(Smart Maker in USA)' 지원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역점 추진 사업으로 계속된다.
넷째로 일부 ICT 분야별도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융합을 통한 신산업 창출을 이끌고 지원해야 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진국형 정부에서는 맞지 않는 방향이다. 일본이 20여년 전에 경제산업성, 중국 또한 10여년 전에 공업화신식화부로 정보통신과 산업정책을 통합한 온디맨드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온디맨드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 시스템이나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초융합, 초연결, 초지능 사회를 능동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문적이고 긴밀한 협력의 정부행정부처 구성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CT는 선택이 아닌 필수 기술 영역이다. 세계적으로 각국은 자국이 강점을 갖는 분야를 중심으로 ICT를 집중 접목하고 혁신을 주도,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독일은 기계 산업, 일본은 로봇 산업, 미국은 제조업과 각각 ICT를 융합했다. 미국은 미국내 고용 창출을 위해 제조업 리쇼어링도 추진한다. 또 중국은 공업신식화부 주도 아래 제조업 중심의 ICT 융합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산업과 동떨어진 ICT만의 정책은 다양한 미래 분야로의 성장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융합화를 통한 기존 산업의 신부가가치 창출에도 부족하다. 새 정부는 기존 산업과 ICT 융합을 통해 창출한 신산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 새 희망이 넘치는 대한민국호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산학연협회장) kskim@koreatech.ac.kr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