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로 관심을 모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어느새 대중 가까이까지 확대됐다. 그 증거가 바로 '챗봇(Chatbot)'의 등장이다. 현재 챗봇은 대기업은 물론 O2O·스타트업 등 중소규모 기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되며 대중과 소통을 시작했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챗봇 영역의 전반적 내용을 살펴본다.
◇ICT 인공지능 총아 챗봇, 산업계 부름을 받다
챗봇은 '수다 떨다'라는 뜻의 챗(Chat)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별도의 웹사이트나 앱 없이 질문이나 요청을 하면 가볍게 대화를 나누듯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기본 구조로는 챗봇API(최상층)-플랫폼 레이어(중간층)-챗봇빌더(최하층) 3단계를 갖는다. 처리방식은 인간이 챗봇API에서 특정 메시지를 입력하면, 이를 전달받은 플랫폼 레이어가 챗봇빌더에 적절한 정보를 요청·전달받아 챗봇API를 거쳐 인간 언어나 영상, 이미지, 웹주소 등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을 띤다. 예를 들자면 인간이 스마트 디바이스로 메신저에서 '전자신문 2017년 5월 18일자 헤드라인 기사를 보여줘'라고 입력하면, 이를 전달받은 메신저 사업자의 플랫폼이 챗봇빌더에 요구를 전달하고, 응답을 받아 메신저에 해당 기사 텍스트나 영상, 이미지, 웹주소를 보여주는 식이다.
챗봇의 형태는 보통 1단계 룰베이스 대화-2단계 자연어 학습기반-3단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의 단계로 발전한다. 먼저 1단계 룰베이스 대화는 미리 짜여진 Q&A에 맞게 답을 도출하는 단계로, 인간이 입력한 자연어를 모듈 형태 처리구조를 활용해 주요 키워드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제시한다. 이 단계는 기업이 자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리 언어규칙과 응대방법을 설정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답변이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나 규칙이나 응대방법에 설정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답변은 지원되지 않는다.
2단계 자연어 학습기반은 인간이 구축한 기본 학습데이터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Q&A의 범위는 물론 이를 벗어난 유사문장 의미를 파악하는 정도까지 발전한 형태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전 단계보다 자연스러운 응답이 가능하지만 이미 구축된 데이터 이상의 것을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3단계 머신러닝 단계에서는 입력되지 않은 질문을 인터넷을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질의응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 이용패턴을 토대로 필요할 만한 부분을 추천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최종 형태다.
이 같은 챗봇의 발전은 음성이나 높은 자연어 인식률이 필요한 음성비서 기술과는 달리 텍스트만 인식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낮고 상용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특히 국내외 주요 포털 및 메신저 관련 기업의 챗봇 상용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경쟁을 펼친다. 이들은 자사 기술개발은 물론 챗봇API를 개방하면서 여러 회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텐센트 등 해외기업은 챗봇빌더나 플랫폼 레이어 등 관련 기술 개발과 함께 'FB Messenger(페이스북)' '알로(구글)' '위챗(텐센트)' 등 메신저를 API로 활용해 챗봇을 완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과 인공지능 관련 유니콘·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네이버는 자체 인공지능 기술 '아미카(Amica)'를 개발하면서 포털 사이트와 '라인(Line)' 메신저로 챗봇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대표 앱 '카카오톡' 내에 API를 구축하고 챗봇을 운용하며 경쟁력을 쌓고 있다. 마인즈랩(MINDS), 데이터나다(에이다) 등 국내 인공지능 유니콘·스타트업은 자사가 개발했거나 해외기업과 기술제휴로 갖게 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통신·전자·식음료·금융·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의 국내기업과 O2O스타트업도 챗봇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3대 통신사업자는 자체개발 또는 해외기업 기술제휴 등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 음성비서 기술과 함께 챗봇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내부 직원 Q&A와 비대면 채널 챗봇을 구상하고 있으며, 11번가(SK플래닛), GS숍(GS) 등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과 여기어때(알프레도), 배달의민족(배민데이빗) 등 스타트업에서는 챗봇을 통한 '디지털 컨시어지' 시스템을 구상, 초기 실용화 단계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학회와 기업, 언론 등이 챗봇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챗봇기술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챗봇시장에 뛰어든 국내외 기업 대부분은 비대면 채널에서의 디지털 컨시어지·고객만족(CS, Customer Service) 등의 편리성으로 챗봇에 주목하는 때가 많다. 국내는 나홀로 가구 증가와 생활패턴 변화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소비채널 온라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효율적인 업무진행 방법으로 챗봇을 고려한다.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쇼핑이나 금융업무에서의 디지털 컨시어지(상품 또는 제품추천 상담)나 CS 요구를 원활하게 처리하면서 고객 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전담인력 소요감축과 CS 상담자 복지향상으로 업무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다.
챗봇시장 발전은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이 발표한 전 세계 '인공지능 챗봇' 기술시장 전망에서 드러난다. 2015년 약 1억1300만달러 규모였던 것이 오는 2024년 1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ICT 발전에 따른 기술발전과 인간사회 변화에 따라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인터넷이 개최한 모바일 뉴 트렌드 '챗봇 구축 가이드 A to Z' 세미나 관련 인터뷰에서 “쉽고 편리하게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챗봇은 유관 산업의 신 부가가치 창출 및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크게 대화형 커머스 및 O2O·개인비서·공공서비스·엔터테인먼트·기업용 메신저 분야를 중심으로 챗봇을 활용한 소비자 중심 서비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강소·벤처기업이 탄생하며 챗봇시장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일각 “챗봇 발전, 사회보장과 의식성숙 동반 노력해야”
챗봇은 기술과 산업영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매개체로 빠르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인력소요 감소에 따른 일자리 문제부터 개인 사생활 침해, 빅데이터 관리 우려 등을 이유로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으며 사회의식 성숙과 함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CS근로자의 단순업무를 보조한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챗봇이 기술발전에 따라 영역을 확대하게 되면 직업영역의 축소가 불가피하며 이후를 보장할 제도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금융권 모바일 뱅킹과 로보 애널리스트 등 핀테크 기술과 자동화설비 산업군의 기계화처럼 인간 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은 전 산업 분야에서 인력감축을 촉진했으나 마땅한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아 크게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CS직군 등의 감정노동자나 카운셀러 등의 업무를 대체할 기술발전이 사회보장제도나 인식개선이 수반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챗봇의 정확도 향상과 맞춤형 결과 도출을 위해 수집되는 개인자료와 빅데이터 등의 관리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이슈인 랜섬웨어나 금융권·온라인쇼핑몰 해킹 등 정보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 관리가 아직은 부족하며, 수집된 정보를 기업이 상업용으로 과용할 소지도 높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나홀로 가구, 개인주의 등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업무신뢰도를 인간에게서 얻는 때가 많아 이를 점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챗봇의 발전이 필요불가결한 상황이지만 제반적 대책과 인식전환 노력은 필요하다”면서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가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인식전환에 나서야 완전한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