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코인(XRP) 하루 원화 거래량이 500억원에 육박하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제치고 선두 자리에 올랐다.
전체 가상화폐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기자본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리플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분석 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하루에 원화로 거래되는 리플코인은 473억원 규모다. 300억~400억원대 비트코인 규모를 넘어섰다.
리플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에 특화된 가상화폐다.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비트코인과 달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리플(리플랩스)에서 '리플 프로토콜'을 운영한다.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실시간 결제시스템'을 구현, 전세계 다수 참여자에 의해 발생하는 대량 결제를 빠르게 처리한다.
제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비트코인과 달리 세계 각국 은행권에서 리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츠비시도쿄은행, 스페인 BBA, 스웨덴 SEB 등 글로벌 대형은행 10곳이 지난달 네트워크에 추가되는 등 75개 제도권 금융사가 리플랩스와 협력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코빗과 코인원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리플코인 거래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다. 코인원은 리플 측과 공식 파트너사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빗썸 역시 리플코인 거래 플랫폼 도입을 준비 중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원화 거래 대량 유입과 은행 네트워크 확장으로 리플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며 “국내 리플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때 원화 리플 거래액이 1000억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치가 불과 몇년만에 수백배로 폭증한 이후 가상화폐 시장에는 높은 투자 수익을 노리는 투자 자본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리플은 1코인당 가격이 200~500원대로 200만원대를 훌쩍 넘은 비트코인이나 10만원대로 시세가 형성된 이더리움에 비해 저렴하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투기적 성격을 띠고 리플코인 거래 시장에 유입되는 분위기다.
해외 송금에 특화된 점 역시 국내에서 리플코인 인기를 높이는 한 요인이다. 두달후 외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은행이 아닌 다양한 핀테크 업체에게도 가상화폐 기술 등을 활용해 소액 해외송금 사업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일부 리플코인 거래소 관련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이용자 주의도 요구된다. 지난달 국내 한 리플코인 거래소에서 고객 전자지갑에 담긴 리플 5000만원어치가 무단 송금되는 사건이 발생, 거래소와 고객 간 소송전이 예고됐다. 30여명이 유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아직 관련 법·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기 어렵다”며 “현재로선 거래소를 선택할 때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 여부나 시장 평판을 잘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