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가상/증강현실(VR/AR)·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개발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 첫 등장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ICT사회로의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그 활용도와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세계와 미래에 대해서 알아본다.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영역의 주목 받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나 서버, 스토리지 등 공유 컴퓨터자원을 하나의 가상시스템(클라우드)로 묶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인터넷기반 컴퓨팅 기술이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활용해 클라우드로 결합된 컴퓨터자원에 접속해, 필요한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언제든 손쉽게 저장·활용하고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개념이다. 마치 자그마한 지하수가 송수관으로 연결돼 큰 저수탱크를 만들고, 이것이 각 가정에 물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례로 구글·애플 등이 운영 중인 통합앱마켓은 클라우드 내 스토리지에 애플리케이션을 저장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유저가 인터넷으로 요청하면 해당 디바이스에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것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또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개인용 웹클라우드도 일종의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친숙해진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념만 놓고 본다면 1965년 미국의 컴퓨터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 1927~2011)가 발언한 데서 유래한 만큼 짧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처음 창안해내기도 했던 그는 당시 “컴퓨터 환경은 공공시설을 쓰는 것과도 같을 것”이라며 컴퓨터 자원도 전기나 수도 같은 공공재처럼 쓰고 사용한 만큼 돈을 내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을 예언하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시사했다.
이는 1970년대 IBM이나 DEC 등 대형업체들 위주로 서비스했던 워크스테이션-메인프레임간 원격작업입력(remote job entry, RJE) 시대를 거쳐 1990년대 중반 제너럴 매직(General Magic)이 굴지의 통신기업인 AT&T 등 여러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초기형태의 클라우드를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이후 2006년 구글의 직원이었던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Christophe Bisciglia)가 유휴 컴퓨팅 자원에 대한 활용제안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됐고, 같은 해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인 아마존이 AWS(Amazon Web Service)라는 자회사를 통해 본격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국내는 해외보다 짧은 역사를 가진다. 2000년대 초 일부 기업에서 중개사업자들을 통한 해외기업들의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처음 등장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는, 2009년 아이폰 3GS 도입을 계기로 진행된 모바일 시장 활성화와 2010년 KT의 '유클라우드(UCloud) CS' 출시를 시작으로 네이버, SK C&C, LG유플러스 등이 사업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발전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KT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의 국내기업과 아마존, IBM,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해외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산업용 로봇이나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할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스마트 디바이스만 있으면 여러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고, 관리 자체가 원활하다는 점이 극대화돼 대부분의 산업영역의 시스템을 포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맹상영 엔클라우드24(웰데이타시스템) 대표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외 대기업들이 자체 IDC를 구축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근래에 들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웹하드 수준의 클라우드부터 기업형 서버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클라우드의 발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솜사탕 같은 클라우드의 달콤함, 4차 산업리더 한국 만든다
불과 수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모바일게임계의 성장과 맥을 함께하는 경향이 크다. 앞서 말했듯 2009년 이후 등장한 '1인 1스마트폰' 문화는 단순 캐주얼게임만 지원했던 피처폰과는 달리 수준 높은 그래픽과 사운드 등을 가진 고사양 모바일게임을 탄생시키며 당시 PC온라인게임에 빠진 유저들을 삽시간에 모바일로 끌어들였다. 이는 무선데이터 송수신속도 향상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적 기반을 요구했다. 여기에 소설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초고속 인터넷망의 발달은 대중의 다양한 정보수요를 충족시키면서, 기본적인 데이터 영역의 확장을 촉진했다.
이 같은 시스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반에는 IDC 기반의 시스템 투자가 적극 선택됐다. 그러나 IDC기반 시스템이 수요예측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처리할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서 생기는 트래픽 과부하나 극소량의 데이터 처리로 인한 운영비용 낭비 등 효율면에서 한계성을 가져 새로운 방식을 찾게 됐다.
이에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기성적으로 구축된 여러 곳의 IDC나 물리장비들을 가상 소프트웨어(VM웨어)를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거나, 하나의 장비를 여러 개의 가상장치로 관리하는 등 대량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처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VM웨어를 활용해 데이터트래픽에 맞게 시스템의 사용량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고, 장비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시스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으로 꼽힌다. 이에 게임계통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까지 나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현재 정부와 기업에서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소프트웨어형태의 서비스)영역을 중심으로 PaaS(Platform as a Service),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등의 영역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SaaS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네이버·다음 등에서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웹메일 서비스 등처럼 가상시스템 영역 내에 갖춰진 프로그램들을 스마트 디바이스로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PaaS는 구글 앱 엔진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활용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 형태의 클라우드다. IaaS는 과거 서버호스팅 서비스에서 물리적인 서버를 클라우드로 대체한 형식으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투자가 가능한 대기업 위주로 개발 중이다.
이들 모두는 사물인터넷(IoT)와 가상·증강현실(VR/AR), 자율주행차,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위치기반기술(GPS) 등 핵심기술 개발이 당면과제인 최근에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4차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빅데이터 관리와 이전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 송수신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클라우드 컴퓨팅이 일찍부터 보여온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인 배경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맹상영 대표는 “모바일게임과 초고속 인터넷 등 대량의 정보전달을 요구하는 사회현상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활성화를 불러일으켰다”며 “앞으로도 클라우드 컴퓨팅은 VR·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의 안정적인 배경으로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유명 가전기업 GE가 앞으로 100년을 함께할 기업이 아마존이라고 언급했듯, 현재 중소기업이나 게임분야 위주로 활성화중인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대기업, 공공기관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모든 산업의 융합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막강한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