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통신분야 핵심 공약인 통신기본료 완전 폐지가 다음주 종합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1】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은 25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다음주 종합토론하기로 했다”며 “미래부에서 보고만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도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통신비 인하는) 우리 공약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당장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업계 시장 상황이 있으니 종합토론과 검토 거친 다음에 밝히겠다”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미래부) 보고서엔 모든 사안이 다 있다. 그러나 토론해서 공약에 맞게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논의를 숙성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관측이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진 사업이고, 요금인가제가 있지만 이는 요금을 인상할 때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공약 추진 방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 역시 “법적 권한이 정부에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창조경제정책의 공과와 연구개발(R&D) 정책과 관련해서도 미래부에 다음주에 추가 보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경제 업무의 중기벤처부 이관 가능성에서는 긍정 또는 부정 평가가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부 조직개편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 위원인 김경수 위원은 “대통령이 말했듯이 초기 정부조직 개편은 공약 이외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래부의 경우 일부 기능이 중기벤처부로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미래부 조직 개편 관련해서는 “얘기 못 들었다”고 답했다. 창조경제 스타트업 지원 기능 중기벤처부 이관이 일부 이뤄지더라도 미래부 완전 개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미래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미래부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부처라고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해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일자리 정부임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미래부가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연구개발목적기관 지정,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설치 등 과학계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는 과학계 숙원과 새 정부 공약의 공통분모 위주로 이뤄졌다. 기초 연구 확대에도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에 출연연의 연구목적기관 지정,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설립 방안, 출연연 비정규직 해법 마련 등 과학계 현안을 보고했다. 연구관리기관의 중장기 통합 및 재정비 필요성, 바이오경제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논의됐다.
출연연의 연구개발목적기관 지정은 과학계 숙원 중 하나다. 출연연은 국가 과학기술, R&D 주축이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연구소 업무 특성을 고려한 평가, 지원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출연연 공공성을 인정하더라도 별도 분류·지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래부가 업무보고에서 출연연 R&D목적기관 지정을 언급하면서 문제 해결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공약과도 일치하는 방향이다. 새 정부는 과학기술 공공연구기관을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기초연구 지원 확대 방안도 보고됐다. 이 역시 새 정부 공약 사항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순수기초 분야 연구지원 예산을 2020년 2배로 증액하기로 했다. 기초 분야 연구 기간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단기성과 중심 평가는 지양한다.
흩어진 과학기술 정책·예산 조정 기능을 일원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미래부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설치 방안도 보고했다. 별도 독임 부처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과거 과학기술혁신본부 같은 별도 조직 운용이 가능하다.
연구관리기관을 중장기 관점에서 통합하고 재정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국가 R&D 관리 기능은 각종 기술원, 진흥원 등에 분산됐다. 복잡하고 상이한 관리 체계가 연구 현장 혼란을 야기하고 정책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해법, 바이오경제 컨트롤타워 설치 필요성, 기후변화·미세먼지 대응 R&D, 전문연구요원제도 존폐 여부 등도 논의됐다. 미래부는 전문연구요원제 존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