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 靑 수석보좌관 회의…文 "사전결론·받아쓰기·계급장 없는 3無 회의하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수석보좌관회의가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열렸다. 전 정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열리던 수석비서관회의가 보좌관도 참여하는 수석보좌관회의로 바뀌었다. 이름뿐만 아니라 회의 형식도 달라졌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는 일방 회의가 아니라 다 함께 공유하고 토론해 결정하는 열린 회의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보고 안건으로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 △특수활동비 절감 △국민인수위원회 운영 계획 △최근 주요 경제 상황 등이 다뤄졌다. 논의 안건으로는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 및 지원 방안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올랐다.

청와대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앞으로 꼭 필요한 곳에 최대한 아껴서 올해 42%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절감된 재원은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등을 위한 예산 편성에 활용된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공식행사를 제외한 대통령의 가족 식사 지원 및 개인 비품 구매 등 생활비를 본인의 봉급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인수위와 관련해서는 정책 제안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쌓여 있는 불공정 요소 신고도 받아서 제도 개선에 이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경제 동향 보고와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증가 대책을 강구,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과 관련해 “추경안 작성과 제출을 차질 없이 준비, 6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3無 회의'를 원칙으로 정했다. 사전 결론 없고, 받아쓰기 없고, 계급장 없는 회의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받아쓰기는 이제 필요 없다. 논의에만 집중해 달라”면서 “문재인 정부답게 수석보좌관 회의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회의 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과 이견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해 주길 당부했다.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설명했다. 황당한 의견이 나와도 좋다고 했다. 미리 정해진 결론으로 토론하면 무의미하다고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국무회의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을 당부했다. 가능한 한 종이문서는 사용하지 않고 노트북을 활용, 전자문서로 회의하기로 했다.

수석보좌관 회의는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정도로 정례화할 전망이다. 가벼운 사안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청와대 전체가 알고 있어야 할 사안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룬다.

문 대통령은 “정책·안보·정무 사안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안보나 정책 사안이라 하더라도 정무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수석보좌관회의 안건으로 올려서 공유하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주요 안건의 경우 주무 비서관도 배석시켜서 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부터는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플레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