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쟁상대는 우리 자신입니다. 내부 벽을 허물면 미래는 저절로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년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김종부 엔유씨전자 회장은 글로벌 프리미엄 명품 가전 기업으로 확고하게 도약하기 위해 내부 개혁이 선결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시장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지만 올 상반기 성과가 기대에는 못 미친다”면서 “내부적으로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직원을 대상으로 3주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치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완공한 10층 규모 신사옥 9층에 위치한 김 회장 사무실 유리 벽면에는 손 글씨로 쓴 제품 사양과 부품 규격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신제품을 구상한 메모도 적혀 있다. 끊임없이 신기술과 신제품을 고민한 흔적이다. 사무실에 들어오기 전에 만난 모 대학 총장과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운을 뗐다. 김 회장 머릿속에는 신기술 개발이라는 화두가 떠나질 않는다. “신기술은 있으나 시간이 부족해 시장을 들여다보질 못 한다”고 아쉬워했다.
회사 설립 후 39년간 기술 개발은 엔유씨전자를 지탱해온 버팀목이다. 보유한 특허 기술 규모가 그 반증이다. 엔유씨전자가 출원한 특허 기술은 총 1400개. 국내 중견 가전기업 중에는 단연 선두다. 이중에서 해외에 출원 등록한 특허 기술만 무려 800여개에 달한다. 출원한 국가만도 80여개국이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포석이다.
특허 유지관리 비용도 연간 15억원이 넘는다. 비용부담이 적지 않지만 기술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 등과 연계한 공동 기술 개발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던 5년여 전에 갑작스럽게 부채 비율이 크게 올라 위기를 경험했다.
김 회장은 “자체 기술만이 희망이라는 생각에 집중했다”면서 “이후에 부채 비율을 낮춰 현재는 안정화됐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웃음을 보였다.
엔유씨전자는 해외 전시회 스타로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에만 40여개 해외 전시회에 나간 엔유씨전자의 글로벌 유명세는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각종 어워드를 쓸어 담았다. 올해에만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iF 디자인어워드에서 신제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2월 독일 세계 최대 소비재전시회 암비엔테에서 키친이노베이션상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김 회장은 “해외 전시회에 대형 가전사와 같은 규모로 전시장을 꾸린다”면서 “최근에는 부스 앞에 상담하러 찾는 외국 바이어 중 70%가량이 중국 업체 관계자로 중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엔유씨전자 수출 브랜드 '쿠빙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업에서 쏟아내는 저가 제품 공세에는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 저가 제품에 비해 5배가량 비싸게 판매하고 있지만 현지 프리미엄 시장에서 완벽하게 차별화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수출 주력 시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다. 2년여 전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남미 시장은 아직까지 프리미엄이 성숙되지 않아 앞으로도 꾸준히 공을 들일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쏟은 결과는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수출은 4298만달러로 2010년에 비해 54배나 늘어났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5%에 달한다. 엔유씨전자는 3년 후인 2020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고 꾸준히 수출 비중을 유지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기존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시장에서 답을 찾아야한다”면서 “최대 15조원에 달하는 신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검토를 하고 있으며 3년가량 공을 들이면 관련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