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 파장보다 크기가 작은 '메타 물질'을 이용, 유기 광전 소자의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트랜지스터 분야에서 재료·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로 쓰이게 됐다.
우정원 이화여대 교수팀은 메타 물질로 전하 이동을 제어, 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 같은 광전 소자의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메타 물질은 빛 파장보다 작게 설계된 인공 구조물을 통칭한다. 자연계 물질이 구현할 수 없는 특성으로 '투명망토' 같은 혁신 기술을 구현한다.
우 교수팀은 빛의 파장보다 약 70배 짧은 10나노미터(㎚) 두께의 은-산화막을 쌓은 메타 물질을 이용했다. 이 물질 위에 코팅한 분자는 전하 이동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분자 주변의 유전 상수(전기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 고유 값)를 낮추면 빛으로 전류를 만들어내는 '엑시톤' 시상수가 증가한다. 시상수는 엑시톤이 전자와 정공으로 분리되는 시간이다.
연구진은 복잡한 공정 없이 메타 물질로 전하 이동 현상을 제어하는 것만으로 엑시톤 시상수를 3배 늘렸다. 엑시톤 시상수가 길수록 광전 소자의 전력 효율이 높다.
기존에는 광전 소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자 구조 자체를 조절하는 광학 설계 기술을 이용했다. 실제 구현하기 어렵고, 소자 구조에도 민감해 안정된 효율 향상이 어려웠다.
연구는 유기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유기 태양전지는 실리콘계 1세대, 박막 2세대 전지보다 가공이 쉽고 재료가 다양하다. 발전 효율 향상이 빠르고, 유연 소자로 개발할 수 있다. 종전까지는 낮은 효율과 짧은 수명이 한계였다.
유기 태양전지에 메타 물질을 적용하면 기존처럼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자 이동 현상을 제어, 효율과 수명을 향상시킨다. 전하 이동 현상을 임의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이어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우 교수는 “메타 물질 위에 적층한 분자층에서 일어나는 전하 이동 현상을 능동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면서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센서, 디스플레이, 유연 에너지 소자에 적용되는 유기 소자를 제어하는 원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프런티어사업(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이화CNRS국제공동연구소), 선도연구센터사업(양자메타물질연구센터)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