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4일 최전방 동부전선 모 부대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군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남북한의 이미 정해진 미래'를 강조하며 조크성 비유를 들었다. 북한군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거의 개발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군은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을 익히고 있다는 내용이다. 두 개의 전혀 다른 ICBM이 한편은 과거로 다른 한편은 미래로 각각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북한이 ICBM 개발을 고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내부 사정은 더욱 어려지고 있다.
일본 월간지 중앙공론은 최근 북한 특집기사에서 인민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력수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중반 대기근이 북한 병력부족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유아를 포한한 아이들이 이 시기에 많이 굶어 죽었고 살아남았어도 발육부족으로 체격이 왜소한 사람이 특히 많다고 한다.
북한은 만 17세부터 군복무를 시작한다. 따라서 올해 입대한 청년병은 2000년생이다. '기근세대' 이후 태어난 청년들이 인민군 병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2014년에 군복무 기간을 1년 늘려 남자 11년, 여자 7년으로 정했다. 남자 입대 최저신장 기준을 145cm에서 142cm로 낮췄다. 경제부진 속에서 입대기피, 탈영, 군내부 불상사 등으로 사기저하는 필연적이다. 북한경제와 인민군을 등식화해서 본다면 경제 악순환도 당연한 이치다. 북한이 적은 자원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다시 얘기를 돌려 지난 14일 우리 동부전선으로 가보자. 디지털 빅뱅을 세계적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는 병영은 자유도와 개방성이 높아졌다. 장병들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 3D프린팅, BT(바이오기술) 등 첨단기술 발전과 추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군 인력 고도화는 고학력 사회와 궤를 같이 한다. 이러한 우리 군 인력의 고도화는 미래 전쟁수행 능력을 높여줄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2050년의 기술'에서 전쟁 미래를 예측하면서 저격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잡지는 최근 20년간 서방측 군의 저격거리가 2배 늘어났다면서 2009년 영국 스나이퍼(저격병)가 2475m 앞 탈레반 병사를 사살했다는 예를 들었다.
이때 탄환 비행시간은 시간은 6초에 불과했다. 탄환에는 공중에서 탄도를 조정할 수 있는 핀이 부착되어 있어 저격병이 표적과 조준선 상에 있을 필요가 없다. 탄환이 휘어지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드론, 경항공기, 위성의 스파이 능력과 미사일 유도능력 강화로 비정규군이 산악지역에 숨는 것이 어려워져 도시지역으로 침투하게 된다면서 이때 민간인 안전을 위해 저격병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육해공 인간군인 대신에 로봇이 사용된다. 곤충같이 나는 스파이용 드론부터 낙엽과 목재를 연료로 수개월간 가동할 수 있는 보급용, 공격용 드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드론들이 활약한다. 로봇기술이 로켓과학과 만나 보다 정확하고 스마트하며, 스텔스한 미사일이 개발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이제 막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간파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기술들을 구사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의 전쟁 능력을 키워야한다.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인 국토방위를 넘어서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더 큰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은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처럼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기술 개발을 선도해 나가야한다. 현대전에서 군은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필요로 한다. 이스라엘처럼 군에서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군 교육을 대학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우리 군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 개발을 선도하면서 병영의 담을 낮춰 사회와 교감하는 '스마트 군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