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인체 감염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주된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 연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KAIST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덴마크(DTU) 노보노르디스크 바이오지속가능센터 공동연구팀이 최근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인체 감염균의 항생제 내성 확보 방식을 밝혔다.
항생제 내성은 균을 죽이는 항생제에 노출돼도 생존하는 성질을 뜻한다. 내성균이 확대되면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 늘어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최근 다수의 항생제에 내성을 띠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 이슈가 되고 있다.
인체 감염균의 항생제 내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발생한다. 균이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갖거나 뱉어 내는 경우도 있다. 항생제를 생산하는 곰팡이나 악티노박테리아에서 '내성 유전자'를 얻는 것이 대표 사례다.
항생제의 대부분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생성된다. 이들은 자기 스스로를 항생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체 내성을 갖는다. 이 내성 유전자가 자연 상태에서 인체 감염균에 전달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아직 항생제의 내성 유전자가 어떻게 인체 감염균에 전달되는지 밝혀 내지 못했다.
공동 연구팀은 '방선균(악티노박테리아의 일종)'에서 내성 유전자가 인체 감염균에 전달되는 복잡한 과정을 규명, '캐리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작점은 자연 발생하는 방선균과 감염균의 접합이다. 접합은 세포들이 물리 형태로 연결돼 서로의 DNA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과정에서 내성 유전자가 직접 인체 감염균으로 전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DNA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히 내성 유전자가 전달되는 경우가 생긴다. 감염균의 DNA 일부가 방선균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 주위에 자리 잡고 예기치 않게 방선균에서 배출되면 내성 유전자 전달의 길이 열린다.
내성 유전자와 감염균의 DNA가 공존하면서 감염균 내 재삽입이 가능해지는 원리다. 이미 생물정보학을 이용한 분석과 실제 실험을 통해 이들 과정을 증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인체 감염균의 항생제 내성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엽 교수는 19일 “이번 연구 결과는 유해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방식에서 한 가지를 규명·제시한 것”이라면서 “감염과 예방관리시스템, 항생제 사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