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왕자영요'라는 게임이 있다. 텐센트가 배급하는 모바일 공성전(AOS) 게임이다. 재작년에는 매출 4~10위권을 유지했고 작년에는 3~6위권을 유지하다 올 초 갑자기 1위에 등극한다.
이제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1위는 '텐센트에서 넷이즈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던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나 하듯이 서비스 시작한지 2년이나 된 구작이 뜬금없이 1위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그 실적을 견고하게 유지 중이다.
'왕자영요'는 지금까지 누적 15억건 수준 다운로드를 발생시켰다. 6월 현재도 하루 150만명 이상 신규 다운로드가 생긴다. 현재 월간이용자수(DAU)는 대략 800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클래시로얄'이 일시적으로 1억 DAU를 유지한 적은 있다. 하지만 6개월 넘게 8000만~1억명을 유지하는 모바일게임은 아직까지 없다. 대부분이 중국 쪽 트래픽이니 '글로벌vs중국' 시장간 트레픽 대결에서 중국이 이긴 셈이다.
이런 흥행은 일종 소셜 트렌드로서 왕자영요라는 모바일게임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PC방이 처음 생겼을 때 '스타크래프트'를 반드시 해야 했던 것처럼 요즘 중국에서 모바일게임을 하는 이들은 반드시 왕자영요를 해야만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텐센트가 인위적으로 만든 흐름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말 우연하게 유저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추세다.
한국에서 왕자영요를 서비스하는 넷마블이 '펜타스톰(왕자영요 한국판)'을 인위적으로 띄우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 같지 않다.
게임 특성상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재접속 유지가 쉽지 않기에 현재와 같이 인위적으로 숫자만 모으면 도리어 리텐션 효과만 떨어질 수 있다. 광고와 프로게이머 등을 동원한 대회를 통해 띄우기 보다 소셜과 유저까페 등을 통해 조용히 전파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한국서 펜타스톰 경쟁상대는 '클래시로얄'인데 그들이 대학별 대회나 작은 규모 리그 같은 것을 꾸준하게 열면서 저변확대에 노력하는 것을 참조할 만하다.
왕자영요 트래픽을 분석하다보면 중국 모바일 앱마켓 지형이 빠르게 변하는 것이 보인다.
흔히 우리가 '빅3'라고 생각하고 있는 360, 응용바오(텐센트), 바이두 트로이카 시대는 저물어가고 신흥강자들이 생겨났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 마켓 약진이 놀랍다.
왕자영요 누적 다운로드 15억 건 중에서 점유율 1위는 응용바오나 360이 아닌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다. 무려 31.28%다.
응용바오는 21.23%, 바이두는 14.13%다. 4위도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오포(OPPO) 형제 회사인 비보(VIVO)로 12.77%다.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인 레노버가 3.71%다. 우리가 빅3로 알고 있는 360은 7.04%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오포나 비보는 샤오미, 화웨이와 더불어 이미 2016년 앱마켓 톱10에 들었다. 제조사 마켓 파워가 만만치 않다.
향후 중국 모바일 앱 마켓은 점점 더 제조사 마켓 파워가 강해질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우수게임을 찾으려 할 것이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제조사 중에서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점유율이 높은 중국 제조사도 중국 내 앱 마켓 구축에 도전한다.
프로세서가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정형화 된 기존 마켓보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열망이 높은 신진 중국 제조사마켓과 직접적인 사업제휴를 타진하는 것도 한국 회사들이 중국시장을 도모하는 좋은 방법이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 dooi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