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UNIST, 휴지와 커피로 1만번 이상 충전할 수 있는 슈퍼 커페시터 개발

국내 연구진이 휴지와 커피를 이용해 1만번 이상 충전해 사용해도 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슈퍼 커페시터를 개발했다. 전극과 분리막은 물론 포장재도 종이로 만들어 유연성이 뛰어나다. 다양한 플렉서블 기기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UNIST가 공공 개발한 플렉시블 슈퍼 커패시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UNIST가 공공 개발한 플렉시블 슈퍼 커패시터

산림청은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이창재)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과 공동으로 두루마리 휴지와 커피를 전극과 분리막 및 포장재 소재로 활용한 친환경 종이 슈퍼 커패시터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슈퍼 커패시터는 전기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고 높은 전류를 순간 또는 연속으로 공급하는 고출력형 전기 에너지 저장 소자다. 정전 용량을 늘리고,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극 물질인 활성 탄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에는 수산화칼륨(KOH)과 염화아연(ZnCl2) 등 유해한 물질을 활성 탄소 촉매로 사용했다. 이 방식은 부식성도 높아 공정 설비 수명을 단축시켰다.

셀룰로오스 종이와 커피를 이용한 활성탄소 제조 및 형상
셀룰로오스 종이와 커피를 이용한 활성탄소 제조 및 형상

공동 연구팀은 셀룰로오스로 구성된 휴지를 태우면 기공성 활성 탄소가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 커피에 함유된 알칼리 금속 이온을 촉매로 사용했다. 휴지에 커피를 적셔 말린 후 2시간 정도 600도씨 온도에서 가열해 전극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을 탄소나노튜브와 물을 섞은 용액에 담가 전극으로 만들었다.

분리막과 포장재도 휴지로 만들었다. 휴지 틈새를 젤 고분자 전해질과 PBMS 고분자 물질로 메워 분리막과 포장재를 만들었다. 분리막을 전극으로 감싸고 그 위를 포장재로 덮어 슈퍼 커패시터를 완성했다. 이렇게 개발한 슈퍼 커패시터는 유연성이 뛰어나고 전기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성이 뛰어난 슈퍼 커패시터를 구현한 모습.
유연성이 뛰어난 슈퍼 커패시터를 구현한 모습.

특히 전극을 포함한 모든 구성 요소를 종이로 만들어 쉽게 구부리고 펼칠 수 있다. 전기 화학 성능도 커피를 적시지 않은 종이를 탄화시킨 것에 비해 두 배 높은 130F/g 정전 용량을 보였다. 또 1만회 이상 충·방전해도 용량이 일정하게 유지될 정도로 안정성이 우수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미국 화학회 발간 과학논문인용색인(SCI) 국제저널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 최근호에 게재했다.

이선영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식물 바이오매스의 35~40%가 셀룰로오스로 구성돼 있다”면서 “목재를 이용하면 전극 소재 확보 비용을 더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커피로 처리한 종이를 이용한 활성탄소 제조기술은 유해한 화학물질을 친환경적인 물질로 대체한 것”이라면서 “휴지를 활용한 플렉시블 종이 슈퍼 커패시터의 개발은 배터리의 구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