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을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배터리 소재로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총장 김도연)은 이진우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슬래그를 고부가 소재인 다공성 실리콘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되던 흑연전극보다 용량이 4배 이상 클 뿐 아니라, 기존 실리콘 소재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전극은 보통 흑연 소재를 사용한다. 용량을 키우려면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 실리콘이 차세대 소재로 눈길을 모았지만, 충전이나 방전 중에 부피가 팽창하고,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이 있다. 흑연에 비해 4배 이상 비싼 가격도 단점이다.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공성 구조 실리콘을 사용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지만 고가의 원재료가 필요하거나 제조방법이 복잡했다.
이 교수팀은 산업 폐기물인 슬래그의 주성분 가운데 하나가 실리콘 산화물(SiO2)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슬래그에서 실리콘 산화물을 제외한 다른 성분은 쉽게 제거된다. 제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nm 크기 기공이 생긴다. 마그네슘 환원 공정을 같이 진행하면 1g당 수백 평방미터의 넓은 표면적을 갖는 다공성 실리콘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실리콘을 리튬이온전지 음극으로 활용하면 기존 실리콘에 비해 수명과 용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충전과 방전 속도도 빨라졌다.
이진우 교수는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배터리 소재를 값싸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 국산화를 위한 원천 기술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