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카드와 같은 두께로 스마트카드를 만들기 위해 전용 부품과 패키지 개발에만 1년반 이상 투자했습니다. 남들이 화려한 마케팅 영상으로 아이디어 콘셉트를 선보이는 동안 제품 양산 역량을 먼저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브릴리언츠는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여러 장의 카드 기능을 한장에 담을 수 있는 스마트멀티카드 '퓨즈 카드(Fuze Card)'로 200만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당초 지난달 23일로 마감 예정이었지만, 계속되는 인기에 인디고고 측 제의로 이달 중순까지 캠페인을 연장했다. 제품을 받아본 세계 각국 이용자와 유명 리뷰어, 유튜버, 블로거 등이 제품에 호의적인 후기를 남기면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배재훈 브릴리언츠 대표는 “앞서 일부 스타트업이 유사한 콘셉트로 펀딩을 시작했다가 제품화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보니 퓨즈카드도 초반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면서 “사전 판매 등으로 제품을 받아본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나서 제품을 홍보하고 추가 주문하자 제기된 의혹보다 더 큰 관심과 인기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제품을 기획한 뒤 반도체 부품과 통신 칩, 배터리 등을 얇게 패키징하는 '브릴리언츠 울트라슬림(BUS) 패키지' 개발에 매진했다. 일반 표면실장기술(SMT) 부품으로는 카드 두께로 제품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산에 자체 사업장과 제품 양산용 생산설비도 구비했다.
브릴리언츠는 '하드웨어(HW)로 시장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SW)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이 모토다. 스마트멀티카드 역시 일상적으로 매일 사용하는 '카드'라는 하드웨어에서 시작해 지급결제 핀테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구상한 제품이다. 최근 등장하는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앱) 의존도가 높은 것과 차별화된다.
배 대표는 “미국을 보면 제품 구매에도 신용카드 이용 비중이 높고 식당에서 테이블에 앉아 카드로 결제하는 시장이 상당하다”며 “카드 여러 장을 번거롭게 들고다니는 불편을 해결함과 동시에 기존 결제 이용 습관에는 큰 변화가 없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제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카드 이용 문화를 고려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먼저 목표로 삼았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들고 국내로 역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전세계 이용자가 방문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소위 '대박'을 치면서 해외 은행, 카드사, 기업 등과 다양한 B2B 제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최근 모 통신사가 외국 업체와 손잡고 비슷한 카드를 선보였지만,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배 대표는 “시장을 넓힌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보안성이 높은 EMV칩(IC칩) 결제 지원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 경쟁력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기술 협력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