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내부거래가 '고용 없는 성장'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시장이 성숙됐지만 대기업집단 내부거래가 지속돼 총생산은 늘지만, 총노동수요는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이 성숙하면 취업보다 독립기업 창업이 늘어 직장인 숫자가 줄고, 노동 공급 감소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임금 상승은 소비와 총 생산 증가로 이어져 독립기업 노동수요가 확대된다.
라 연구위원은 “규모가 크고 노동수요가 많은 독립기업이 시장에 출현하면 총 노동수요가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대기업집단 내부거래가 이뤄지면 독립기업이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막혀 시장에 출현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는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부담해야 될 거래비용이 현저히 클 때에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공개입찰에서 낙찰 받도록 독립 평가기관 신설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내에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를 개방해 독립기업에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면 국내총생산(GDP)과 자본이 각각 184조5000억원, 146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은 151만4127명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공개입찰이 불가능하다면 대기업집단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 연구위원은 “대기업집단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지원기업)에서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피지원기업)로 이익을 전환해 사익 편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총수일가가 지원기업 대비 피지원기업에 대해 초과 보유한 지분율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