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났다. '히든 테크놀로지'로 역할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산업계 기반 기술을 지원했던 나노가 이젠 '키 테크놀로지'로 진화했다. 4차 산업혁명 씨앗으로 발전한 나노는 주요 무대였던 IT산업은 물론 에너지, 환경, 헬스케어 등 다방면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나노코리아 2017에서는 나노를 제품 기능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삼은 제품이 다수 출품됐다. 전자파 차폐재 소재·부품과 인쇄전자 공정 혁신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나노가 소재나 재료 역할을 했던 지원자 역할에서 주요 기술로 발전했다.
모바일기기 소형화, 부품 정밀화, 전기차 확대 등으로 최근 전자제품 부품 간 노이즈 제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존 전자파차폐 소재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소재가 요구되는 분위기 속에서 나노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익성은 멜트블로운 공법과 스퍼터링 박막 증착 공법인 나노 기반 공정을 융·복합해 우수한 흡음성을 갖추면서도 전자파까지 막아주는 초극세사 전자파 차폐 섬유를 선보였다. 나노 사이즈 금속 입자를 함유해 효과적으로 전자파 차폐 기능을 구현한다.
창성, 덕산하이메탈, 엔트리움, CNT솔루션 등도 자동차 분야에 적용 가능한 전자파 차폐 솔루션으로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전자파 차폐 소재와 부품은 모바일 분야에도 적용된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전자파 차폐 등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나노페라이트 소재를 개발했다. 일진머티리얼즈, 니나노, UHS켐텍 등도 모바일 분야 전자파 차폐 솔루션을 전시했다.
조진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나노융합 PD는 “예전에는 나노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과 융합되거나 소재 역할에 그친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나노기술이 제품 특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급부상했다”면서 “대표적으로 차폐제로 나노를 만나 전자파 차폐 소재로 진화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가 에너지와 환경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힌 것도 나노코리아 2017의 특징이다. 나노 연구 분야에서는 소재와 공정 연구개발에서 최근 센서, 에너지, 환경 분야 연구로 영역이 이동했다.
올해 나노 관련 연구소 연구 성과와 출품 분야를 분석한 결과, 소재와 공정 분야는 35%로 절반 이하로 처음 떨어졌다.
반면에 나노 센서는 28%, 에너지와 환경 분야는 25%로 작년 대비 성장했다. 기존에 개발된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과 같은 소재응용 분야 연구와 인공지능, 이차전지, 환경 등 차세대 나노 응용처로 나노 연구 분야로 한층 진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LG화학은 전시장에 독자 개발한 복합 나노 소재를 적용해 고염제거율과 고유량을 만족시키는 역삼투 분리막을 선보였다. 복합나노소재를 이용해 기공(Pore) 크기를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환경 분야 저에너지형 산업용 필터와 가정용 고유량 필터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노 기술을 주축으로 인쇄전자 공정 솔루션도 제시됐다. 인쇄 공정 소재가 기존 은 기반 전도성 소재에서 구리로 바뀌고 있다. 구리 산화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솔루션과 저가 공정 개발이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다. 전도성 패턴 소결 과정도 단순 열에서 빛(광소결)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노가 핵심 기술로 떠오른다. 자동차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담보해야 하는 제품인 만큼 신기술을 수용하는 데 다소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스마트카 등이 차세대 자동차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경량화, 에너지 절감, 전장장치 보호 등을 위해 나노 기술과 소재를 전폭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연비개선과 차체강화를 위한 나노 복합소재 기반 차체 구조 재료, 전력발전 소자 등이 있다. 자동차 편의성을 위한 플렉시블 투명 디스플레이 소자, 친환경 자동차 나노 환경 모니터링 센서, 나노촉매 대기정화 시스템 등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나노코리아 2017에서 혁신적인 성능, 우수한 가격경쟁력, 안전성이 확보된 나노기술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