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이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규제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 뒤쳐진다는 분석이다.
13일 아산나눔재단은 구글캠퍼스와 함께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코리아!' 정책제안 보고서'를 발표회를 개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연간 신설법인은 지난해 9만6000개로 2011과 비교해 8%가량 늘었지만, 매년 20%이상 매출액이 증가한 고성장 기업은 4%가량 줄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인프라는 공공데이터 수가 2013년 5000개에서 지난해 2만2000개로 64% 늘었다. 그러나 공공데이터 개방 이행도는 조사대상 20개국 가운데 14위에 그쳤다. 실제 사업과 연계된 데이터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쟁도 뒤쳐져 있다. 최근 1년간 투자받은 세계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에 한국은 없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 분야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한국 업체는 의료 영상진단 기업 '루닛'이 유일했다. 핀테크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계 100대 핀테크 혁신 기업에 한국은 하나도 없었다.
보고서는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경쟁 도태의 가장 큰 원인을 규제에서 찾았다. 최근 1년간 누적투자액 100개기업 가운데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핀테크기업 '앤트파이낸셜' 등 13개 기업은 규제로 한국 사업을 시작조차 못했다. 또 44개 기업은 일부 법 개정이 돼야 서비스 할 수 있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레이니스트는 핀테크관련 '금융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3가지 정부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며 “지난 2년간 법무비로 5000만원 가량을 쓸 정도로 규제에 매달린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또 스타트업 성장 축이 되는 투자자 환경 개선, 기업가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 강화 등 건강한 창업 문화도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스타트업 진입환경, 데이터인프라 활용, 투자환경, 창업문화 등 4가지 분야로 나눠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한국 스타트업은 정부의 적극 지원과 기관의 노력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인 성장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며 “여전히 한국은 생계형 창업이 높으며, 창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장 사회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변태섭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등이 나서 스타트업 현실과 규제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행사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 사라 드링크워터 구글캠퍼스 런던 총괄 등이 참석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