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 암컷은 수컷의 '얼굴'을 인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눈과 입 등의 배치를 얼굴로 인식하는 능력이 포유류 이외 동물에서 확인되기는 송사리가 처음이다. 송사리 암컷은 낯이 익은 수컷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대학과 오카야마대학 연구팀은 먼저 송사리 암컷이 수컷을 구분할 때 체형이나 냄새로는 구분하지 못하며, 얼굴만으로 식별해 낯이 익숙해지면 약 30초 만에 교미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수컷과 암컷 한 마리씩을 같은 수조에 넣고 특수한 장치로 수컷을 가둬 얼굴의 위·아래가 거꾸로 비치는 유리를 통해 '선'을 보도록 했더니 교미하는 데까지 약 100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 위·아래를 거꾸로 하면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심리현상은 '도립(倒立) 얼굴 효과'로 불린다. 눈과 입 등 얼굴 전체의 배치를 인식하는 능력은 인간과 일부 영장류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송사리는 얼굴 이외의 물체는 구분하지 못하며 얼굴만으로 도립효과가 나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의 사다도 노리히로 생리학연구소 교수(신경과학)는 “차원 높은 인지기능으로 알려진 얼굴인식이 어류에서도 확인된 것이 놀랍다”면서 “송사리는 유전자 수준의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굴인식의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11일자 온라인 학술지 'e-라이프'에 게재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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