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반(半)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2(HDA2)'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도입한다. 캐딜락, 아우디 등 해외 완성차 업체가 자율 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조기 탑재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당초 2019~2020년 상용화 예정의 반자율 주행 기술 'HDA2'가 이르면 내년 말께 양산차에 적용된다. 적용 차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에 먼저 적용한 뒤 다른 브랜드로 순차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HDA2는 고속도로에서 자율 주행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한 기술인 'HDA'를 개선한 것이다. HDA는 차간거리제어기능(ASCC), 차로유지기능(LKAS), 내비게이션 정보가 복합 융합된 기술이다. 차간 거리 및 차로 유지, 전방 차량 정차 시 자동 정지 및 재출발, 제한 속도 구간별 속도 조절 등 기능으로 안전한 주행을 지원한다. 다만 차로 변경이나 분기점 진입 등은 운전자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HDA2는 고속도로 자율 주행 시 운전자가 방향지시등만 켜 주면 차 스스로 차로 변경, 분기로 진입, 본선 합류가 가능하다. 전방과 측방에 레이더를 추가로 장착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센서 미인지로 인한 주행 중 급제동을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HDA 센서 인식 범위는 전방과 후방인 데 반해 HDA2는 센서 개수를 늘려 차량 주변 360도 인식이 가능하다.
현대차가 HDA2 상용화를 앞당기는 이유는 레벨3 자율 주행 기술이 올 가을부터 본격 양산화되기 때문이다. 캐딜락 'CT6'는 올 가을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슈퍼 크루즈'를 장착해 출시한다. 아우디는 신형 'A8'에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한 레벨3 자율 주행 '인공지능 트래픽 잼 파일럿(AI TJP)'을 탑재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내년에 레벨3 자율 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EQ900에 처음 적용한 HDA는 고속도로 일부분에서 자율 주행을 경험하는 수준이었지만 HDA2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자동차공학회(SAE) 자율 주행 기술 수준으로는 '레벨2'이지만 고속도로에서는 레벨3에 근접한 기술이고, 2022년이면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가운데 25종이 레벨2에 해당하는 반자율 주행 기능을 확보했다. 레벨2는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기반으로 제한된 구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만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면 안 되고, 전방도 항상 주시해야 한다.
반면에 레벨3는 부분 자율 주행 단계로, 운전자가 손과 발을 자유롭게 두면서 고속도로 주행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주행 상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 상황이나 자율 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조작, 수동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내년에 HDA2를 상용화하면 해외 선진 그룹보다 다소 뒤진 것으로 평가 받는 자율 주행 기술력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완성차 진영에서 가장 진보한 자율 주행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포드다. 현대차는 10위권에 올라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