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라는 건 지속 투자하면 발전을 거듭하게 돼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병희 덕산네오룩스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김 대표는 1988년 삼성에 입사, 삼성SDI에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개발그룹 수석연구원,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부 상무를 지낸 OLED 전문가다. 올해 2월 덕산네오룩스에 대표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답게 R&D에 쏟는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건 '기술'이었다.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합류 후 기업 분위기를 보다 연구하기 자유로운 환경으로 바꾸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보수적이고 꼼꼼한 스타일이지만 복장이나 형식 제약은 두지 않는다. 창의성이 중요한 연구집단에 획일적 태도와 시선은 독”이라며 “하달식보다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해 자발적으로 근무하는 분위기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산네오룩스는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 호황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OLED 수요 증가로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과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OLED 소재를 납품한 덕분이다. 김 대표는 호황을 인정하면서도 긴장감을 버릴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OLED 소재는 한번 채택되더라도 5~10년 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1~2년 주기로 교체된다”면서 “우리는 또 경쟁업체와 소재 채택을 두고 경합을 벌여야 한다. 현재 호황은 이전에 잘한 결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OLED 소재 분야는 고객사 요구에 맞추는 사업이다. 고객사마다 소자 구조가 다르고 원하는 특성도 다르다. 소자 구조를 이루는 10여 가지 재료를 혼합할 레서피를 맞추고 증착 속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자사 소재가 고객사 신제품에 채택되지 않으면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위험도 상존한다. 소재 기업에서 연구개발(R&D) 수요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대표는 기술에 투자하면 결국 결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2000년 삼성에서 AMOLED 개발에 수석연구원으로 참여한 경험 덕분이다. 당시 일본 기업은 이미 AMOLED 개발을 포기했다. 업계는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10여년 후 OLED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대세가 됐다.
그는 “CEO가 연구개발에 의지와 관심을 실어주지 않으면 연구원도 기쁘게 일하지 않는다”면서 “연구진에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연구원도 힘을 내서 열심히 연구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내건 목표는 세계 1위다. 그는 “R&D 투자비중을 더 높이고 연구인력 충원, 교육강화, 인프라를 강화해 향후 레드 소재 외에도 다른 색, 다른 층으로 영역을 넓힐 것”이라며 “OLED 소재 기술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