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를 판단하기 위한 심의기준이 마련된다.
감사원은 국가기관이 대형공사를 입찰할 때 정보통신공사와 일반 건설공사를 분리해 발주할 지 심의하는 기준을 마련하라고 18일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지난해 정보통신공사와 일반 건설공사를 통합발주한 대구정부통합전산센터신축공사 등 4개 대형공사는 '심의기준 미비'로 책임을 묻거나 입찰을 다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18일 발표한 '대형공사의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관련'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 중앙건설심위원회(중심위)는 정보통신공사 업계가 청구한 국민감사 대상 4개 대형공사에서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를 심의하지 않았다.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가능 여부는 발주기관이 검토하게 돼 있어 중심위 심의범위가 아니라는 게 이유다.
또 법제처가 '중심위가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대상 여부를 심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분리발주 검토 없이 입찰 방식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분리발주 여부를 심의할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현행 규정상 중앙건설기술심의위가 입찰방법을 결정한 공사에 대해 다시 심의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지난해 일괄입찰방식으로 추진한 대형공사 4건이 분리도급 의무를 위반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어 “국토부 장관은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 의무화 제도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대형공사 등 입찰방법 심의기준에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5조에 따른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해 운영하라”고 통보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청구 대상 4건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를 위한 심의기준이 마련된다는 것은 큰 성과로 해석했다.
공사업체 한 관계자는 “아쉬운 판단이긴 하지만 업계가 협력해 심의기준 마련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에 만족한다”며 “단순한 심의기준이 아니라 '분리도급 의무화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기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정보통신공사업계 관계자 748명은 정부가 지난해 대구정부통합전산센터 신축공사·대구교정시설 건립공사·행정도시 복합편의시설건립 제3공사·부산통합청사 신축공사 등 4개 대형공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하자 11월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5조는 정보통신공사를 건설공사 또는 전기공사 등 다른 공사와 분리해 발주할 것을 규정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통합발주는 대형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 업체는 하도급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도 저하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