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낸다.”
1500여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는 세계 최대 디자인 조직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이 철학에 따라 삼성전자는 다양한 제품에 소비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접목하며 제품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9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울 R&D 캠퍼스'에서 자사 디자인 경쟁력과 '무풍에어컨', '블루스카이' 등 프리미엄 제품에 적용한 디자인 혁신을 소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 R&D 캠퍼스는 약 5만3000㎡ 부지에 6개동으로 구성됐다. 캠퍼스에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연구소, IP센터 등 미래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기능이 모여 있다.
특히 디자인경영센터와 각 사업부에 소속된 1500여명 디자이너들이 모인 명실상부한 삼성전자 디자인 심장부다.
삼성전자 디자인은 1971년 2명의 디자이너로 출발한 이후 47년 역사를 자랑한다.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디자인실이 확대됐고, 현재는 1500여명이 근무하는 세계 최대 디자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현재 디자인경영센터는 2001년 CEO 직속조직으로 출범해 전사 디자인 전략 수립,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기반 선행 디자인 기획, 사업부간 시너지 제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략·제품·UX·그래픽·소재·컬러·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 디자인 전문가가 모여 삼성전자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런던·베이징·델리·도쿄·상파울루 등 6개 해외 디자인 거점과 소통도 한다.

서울 R&D 캠퍼스내에 있는 디자인 동에는 일반 업무공간 외에 제품에 적용하는 음향을 디자인하는 '사운드랩', 사용자 니즈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홈 익스피리언스(Home Experience)랩', 소재와 컬러를 연구하는 'CMF(Color, Material, Finish)랩', 관심 분야 지식과 정보를 확장하도록 돕는 '디자인라운지' 등을 갖췄다. 특히 홈 익스피리언스 랩에서는 일반 가정과 같은 공간에 30여종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설치하고, 고객과 디자이너가 직접 제품을 사용한다. 고객 삶에 들어가서 제품을 경험하고, 그 결과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전무)은 “삼성전자는 그간 디자인 경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주요 제품에 삼성만의 디자인 철학과 독창적 디자인을 적용해 업계 변화를 주도해 왔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일상에서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모든 디자이너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선행 디자인을 연구하는 디자인센터는 향후 AI와 IoT 등 기존 시장에 없던 제품을 연구하고 있으며,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디자인 전략을 잘 표현한 대표 제품으로는 '무풍에어컨'과 '블루스카이' 등 에어케어 제품이 꼽힌다.
무풍에어컨은 직바람이 몸에 닿지 않아도 시원함을 유지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국내 에어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제품은 냉방 성능이 아닌 냉방의 '질'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다. 약 5년의 연구 기간을 거쳐 완성했는데, 개발 초기부터 개발과 디자인 부서가 긴밀히 협업했다.
협업을 통한 혁신은 3도 정도 기울어진 본체 디자인에서 잘 드러난다. 활을 쏠 때 각도에 따라 발사거리가 다른 것처럼 무풍에어컨은 냉기가 더 멀리 퍼져 나가 짧은 시간 내 공간을 시원하게 만든다. 실외기도 수리부엉이가 사냥할 때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 소음 없이 날갯짓을 하는 데서 착안, 팬에 홈을 파 소음을 줄이고 전력 효율은 30%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무풍에어컨 인기에는 유려한 조형미도 큰 역할을 했다. 3개 원형 바람문은 무풍에어컨을 상징하는 대표적 요소로 개기월식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졌다. 무풍에어컨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와 미국 IDEA 등 국내외 디자인 상도 대거 수상했다.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역시 디자인과 기능이 조화를 이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하는 사례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판매한 전체 물량을 30% 이상 초과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 제품은 사용자 대부분이 흡입구가 있는 방향을 앞쪽으로 돌려쓴다는 사실에 착안해 디자인했다.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이는 면적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전면 흡입구'와 '3방향 토출구'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 조형미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과 편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앞으로도 무풍에어컨과 같이 소비자 중심의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선보이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