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25일 이사회를 열고 신규 공장 'P10' 투자 전략을 확정한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10.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6세대 플렉시블(플라스틱) OLED 투자 관련 청사진이 구체화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마련된 P10 공장은 7층 규모로, 투자비가 수십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0.5세대 OLED 안정화 위해 LCD부터 투자할 듯
파주 P10 공장이 주목받는 것은 국내 최대 OLED 공장이 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0.5세대 초대형 OLED와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 라인을 함께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10.5세대 규격 경험이 전무한 만큼 OLED 라인으로 직행하지 않고 액정표시장치(LCD)로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에 10.5세대 LCD 설비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장비 기업이 다수인 만큼 먼저 LCD로 10.5세대 경험을 쌓아 안정화한 뒤 OLED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LCD 라인이 먼저 가동되지만 목표는 세계 최초의 10.5세대 OLED 생산 라인 구축인 셈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옥사이드(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TFT) 관련 장비를 발주, 이 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옥사이드 TFT는 LCD와 OLED에 모두 사용된다. 초기에는 LCD 용도로 사용하다가 OLED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초기 발주 규모는 월 6만장 수준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10.5세대 LCD 라인의 OLED 라인 전환에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10.5세대 LCD를 OLED로 전환할 때 스퍼터(박막 증착) 장비 교체를 제외하면 큰 변화 없이 OLED를 바로 생산할 수 있다”면서 “장비 교체 등 라인 전환에 필요한 시간도 2~3개월 남짓에 불과, 생산량 감소 수준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LCD로 10.5세대 라인을 먼저 꾸미는 것은 LCD 물량 확보보다 초대형 OLED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면서 “LCD 라인 구성 1~2년 뒤에 OLED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플렉시블 OLED는 외부 투자 업고 속도
6세대 중소형 플렉시블 OLED는 수요 기업과 전략 차원에서 협업, 투자비 부담을 줄이면서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구글 등과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공급을 논의해 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할 주요 고객사와 대략의 투자 유치 규모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약 1조~1조5000억원대의 설비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최종 계약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설비 투자금을 지원받으면 E6 라인을 증설하거나 P10에 6세대 플렉시블 OLED 설비를 꾸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구체 투자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폰 물량이 상당한 만큼 구글보다 투자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25일 이사회에서 투자를 최종 결정한 뒤 투자 집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 P10 공장은 당초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었지만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완공 가능성도 점쳐진다. 장비는 올해 말부터 순차 입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계속 수익을 내면서 대형과 중소형 OLED 동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문제 해결이 관건”이라면서 “주요 고객사로부터 설비 지원금을 투자받아 초기 부담을 더는 형태로 어려움을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투자 결정으로 연간 3조~4조원 수준인 연간 설비 투자비가 앞으로 2~3년 동안 약 두 배 늘어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가 증권가에서 주목받았다면 앞으로 LG디스플레이 협력사가 시장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