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이 SK그룹에 편입되자 마자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LG실트론 기업가치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LG실트론 인수 결단을 내린 최태원 SK 회장의 안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분야 인수·합병에서 '신의 한 수'를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웨이퍼 공급업체인 일본 신에츠와 섬코, 독일 실트로닉은 올 초부터 웨이퍼 가격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작년 대비 10~20% 값이 올랐다.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대만 TSMC와 UMC,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가격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이 부족함에도 공격적인 증설 투자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웨이퍼 시장은 업체 난립과 과도 투자로 공급과잉, 가격하락세에 시달려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웨이퍼 업체가 공급 가격을 본격 인상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11년 만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웨이퍼 업계는 이번 슈퍼 호황을 계기로 실적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시모토 마유키 섬코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40% 이상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면 생산량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영 SK하이닉스 전무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들어 웨이퍼 수급이 타이트한 게 사실”이라면서 “가격도 작년 말 대비 15~20%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가격 상승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K는 올해 초 LG그룹으로부터 웨이퍼 생산 업체 LG실트론의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한 뒤 현재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SK는 LG실트론 지분 19.6%를 보유한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도 지분 인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최 회장도 사재를 출연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LG실트론 지분 29.4%를 최 회장 개인 자격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가 웨이퍼 산업이 호황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LG실트론을 매입, 앞으로 그룹 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실트론은 생산설비 용도 전환과 일부 매각을 통해 150㎜ 반도체 웨이퍼 사업은 철수하는 대신 200㎜와 300㎜ 웨이퍼 생산량 증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웨이퍼란 반도체 칩 기판 재료로 쓰이는 핵심 소재다. 원형 실리콘 웨이퍼는 다양한 크기(지름 150~300㎜)로 나뉜다. 세계 실리콘웨이퍼 시장은 일본 신에츠와 섬코가 약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일본 업체를 포함해 독일 실트로닉, 미국 선에디슨과 함께 웨이퍼 공급업체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는 반도체(SK하이닉스), 특수가스 및 재료(SK머티리얼즈), 기초소재(LG실트론) 등 반도체 분야 M&A에서 연이어 홈런을 날렸다. 그룹사 시가 총액에서 현대차그룹을 누르고 넘버2 자리를 확고하게 꿰 찼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