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원자력·석탄화력 발전 원가에 폐기물 처리 비용, 미세먼지 배출에 따른 손실 비용 등을 반영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영구 중단해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못 박았다. 탈원전 정책 이행으로 2030년 발생할 전력설비 부족분은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으로만 채운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넘어선다는 포석이지만 전력 수요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예측이 지나치게 정책에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갖고 '탈원전' 정책 이행에 따른 수급 안정성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균등화 발전 원가'를 올해 안에 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균등화 발전 원가는 연료비뿐만 아니라 폐기물, 대기오염 물질 등의 처리에 드는 환경·사회 비용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당·정이 균등화 발전 원가 공개에 합의한 것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전기요금 폭등 우려를 잠재우고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에서 신재생, LNG복합화력 비중 확대 기조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발전 원가는 ㎾h당 원자력 68원, 신재생에너지 180원이다. 탈원전 반대 측은 이를 근거로 신재생, LNG가 원전을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대폭 오를 것으로 우려한다.
산업부 설명대로 발전 원가에 외부 비용을 반영하면 원자력·석탄화력 발전 원가는 크게 상승하는 반면에 신재생에너지·LNG복합화력 단가는 낮아진다. 탈원전 정책을 이행해도 요금 인상 요인이 적다.
산업부에 따르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2025년 균등화 발전 원가를 메가와트시당 원전 95파운드, 풍력 61파운드, 태양광 63파운드로 추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균등화 발전 원가는 발전원별 실제 경제성을 추산할 때 쓰이는 수치”라면서 “장기로는 정부 전력 정책 수립 시 균등화 발전 원가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영구 중단해도 전력 요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2021년, 2022년 준공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를 제외해도 2022년 5GW 전력설비 초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2030년에는 10GW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족한 10GW는 신재생·LNG발전 등으로 보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2022년 이후에도 신재생 발전 단가가 하락,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태년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원전이 저렴하다는 주장은 원전 발전 단가에 포함해야 할 사회 비용이 빠졌기 때문”이라면서 “폐기물 처리 사고 위험 등을 감안하면 저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가 낮아지는데 현재 원가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도 환경·사회 비용을 반영하면 2022년엔 태양광 발전이 원전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 협의 내용이 전해지자 정부의 수요 예측이 비적극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부는 8차 수급 계획 수요 전망치를 사용했다. 이는 7차 수급 계획 수요 전망 대비 11GW가 줄어든 것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축소, 전력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예상치가 크게 엇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현 정부의 입맛에 맞춰 예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환경·사회 비용을 반영하면 원자력, 석탄 화력 등 지금의 기저 발전 단가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예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신재생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