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닻을 올린 중소벤처기업부가 2주 가까이 선장 없이 표류 중이다.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전문가로 장관 후보자가 추려졌으나 다량의 주식 보유로 고위공직자 문턱을 넘지 못했다.
8일 청와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 인선이 계속 지연됐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후 곧바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후보자 정밀검증을 하고 있다는 설명만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17개 부처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중기부 장관 인선만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 정책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했고, 중기청이 장관급 중앙부처로 승격됐지만 지금은 힘이 좀 빠진 느낌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권 출범 당시부터 여러 후보자를 고려했을텐데 지금까지도 인선 작업이 안개 속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경제성장 등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과 직결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초대 장관 인선에 이목이 집중됐다. 장관이 임명되지 않아 최수규 차관이 장관 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인선이 늦어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정치인을 배제한 기업가 출신 전문가 기용에 무게를 두면서 청와대 검증작업이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벤처 기업인은 '백지신탁 제도'에 자유로울 수 없어 장관직을 수용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의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이면 임명 후 한 달 이내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장관 후보로 언급된 한 인사는 “현장 경험이 많은 민간에서 찾다보니 주식 문제로 경영권 정리가 쉽지 않아 학계 출신의 후보를 동시 검증하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학계 출신도 청문회 등을 이유로 거절해 인선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초대 장관 후보자로 정치인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수월하고, 신설 부처인 만큼 현 정부 정책 방향의 공감대도 높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기업중앙회가 공개 추천한 '박영선 카드'는 문 대통령의 최종 낙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기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최대한 서두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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