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년 간 30조 60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보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한다. 임기 동안 의학적 비급여를 완전 해소해 어떤 질병의 치료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신포괄수가 적용기관을 대폭 확대해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문 대통령은 9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이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하나로 어떤 질병도 치료받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비로 연간 5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민이 46만명에 달한다.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은 60% 수준으로 OECD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가구당 월평균 건강보험료가 9만원인데 비해, 민간 의료보험료 지출이 28만원에 달한다”며 “의료비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고 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것은 피눈물이 나는 일”이라며 보험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한다. 지금까지는 명백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면 모두 비급여로 분류해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했다. 앞으로는 미용, 성형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한다.
문 대통령은 “환자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예약도 힘들고, 비싼 비용을 내야 했던 대학병원 특진을 없애고, 상급 병실료도 2인실까지 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인실도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간병이 필요한 모든 환자의 간병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내년부터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대폭 낮춘다.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고, 비급여 문제를 해결해 실질적인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한다. 올해 하반기 내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5%로 낮추고, 중증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도 10%로 줄인다.
4대 중증질환에 한정된 의료비 지원제도를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한다. 소득하위 50% 환자는 최대 2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이런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면, 160일을 입원 치료 받았을 때 1600만원을 내야했던 중증치매환자는 앞으로는 같은 기간, 150만 원만 내면 충분하다”며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저소득층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같은 지원을 위해선 앞으로 5년간 30조6000억원 재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 가량을 활용하고, 부족 부분은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방침이다.
의료계 우려에 대해선 문 대통령은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며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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