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배터리 기술 中에 팔린다...한·중·일 모두 '윈윈'

일본 닛산자동차가 NEC와 세운 배터리 합작사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를 중국에 매각한다. AESC는 닛산의 주력 전기차종인 '리프' 배터리를 전량 공급해왔다. 배터리의 핵심인 전극을 생산하는 NEC의 자회사도 함께 팔기로 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중국 투자펀드 GSR캐피털에 매각한다고 9일 발표했다. 매각 대상에는 자회사 AESC와 미국과 영국에 위치한 배터리 생산 시설, 일본 내 개발·기술 부문의 일부가 포함된다.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총액을 1100억엔(약 1조10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AESC는 지난 2007년 닛산과 NEC가 합작해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회사다. 닛산이 51%, NEC 42%, NEC의 자회사 NEC에너지디바이스가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우선 NEC 그룹이 보유한 AESC 주식 49%를 취득해 닛산의 보유분 51%와 함께 GSR에 모든 주식을 양도할 예정이다. 매각 작업은 규제 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올해 12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닛산의 순수 전기차 '리프' (사진=전자신문DB)
닛산의 순수 전기차 '리프' (사진=전자신문DB)

이와 별도로 NEC 역시 이날 배터리 전극을 개발·생산하는 자회사 NEC에너지디바이스의 모든 지분도 GSR에 양도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매각 규모는 150억엔(약 15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처음 AESC 매각설이 제기된 당시에는 파나소닉이 인수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지난 5월부터 중국 GSR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계약 성사까지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 이유는 NEC에너지디바이스 매각 여부가 변수가 된 것으로 업계에서 파악하고 있다.

NEC에너지디바이스는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전극을 만드는 업체로 양극활물질 믹싱과 코팅 과정을 거쳐 AESC에 공급해하면 AESC는 이를 셀과 팩으로 조립해 닛산에 공급한다. 인수 주체 입장에서는 NEC 전극 기술 없이 AESC를 인수하는 것은 큰 이점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NEC에너지디바이스 매각 소식은 이번 공식 발표 며칠을 앞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업계에서는 닛산이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는 이유에 대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NEC 역시 배터리 납품처가 닛산에 한정돼있어 막대한 투자 대비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중국 GSR캐피탈에 매각되는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 로고
중국 GSR캐피탈에 매각되는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 로고

중국 입장에서는 AESC 인수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판로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고객사는 그동안 현지 기업 중심이었다. AESC는 단일 모델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리프용 배터리를 공급한 검증된 회사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AESC는 GSR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닛산은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계약은 닛산과 AESC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의 AESC 매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외부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출시될 차세대 리프에 어떤 배터리가 탑재될지도 관심사다. 닛산이 “AESC는 닛산의 중요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AESC 매각 후 일정 기간 동안 배터리 공급량은 보장이 되겠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배터리 공급사 선정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한 후보 업체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하나인 르노자동차 전기차 '트위지' '조이' 'SM3 Z.E.'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아우토바인의 선우준 박사는 “닛산 입장에서는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좀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여러 업체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산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에 품질 관리 시스템이나 용량 균일도 면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었던 만큼 AESC 인수가 중국 배터리 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