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세메스가 상반기 1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한국 단일 장비 기업이 반기 1조원 매출 고지에 근접한 것은 처음이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 장비 국산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장비업체 매출 순위 톱10 기업 배출이 기대된다. 반도체 '수퍼 호황'으로 시설 투자가 확대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몰린 수혜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1조원에 육박했다. 지난달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 매출(1조1189억원)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추세면 올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KLA텐코, 스크린, 니콘정밀, 알박, ASM, 테라다인 등과 함께 매출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메스는 상반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에선 포토 공정용 트랙·세정·식각 장비를 포함해 다이 본더, 테스트 핸들러 등 전후 공정 장비 모두 판매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 18라인에 공장 자동화 핵심 장비인 OHT(OverHead Transport) 공급을 성사시키면서 매출액이 확대됐다. OHT는 반도체 웨이퍼가 담긴 통(FOUP)을 자동 운반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그동안 주로 일본 다이후쿠로부터 수입해 왔으나 세메스가 독자 개발에 성공, 상당한 수입 대체 효과를 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A3 소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패널 라인 증설 현장에 세정, 포토 공정용 코터, 잉크젯 증착 설비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3~4년 동안 평택 신공장 추가 투자를 포함해 경기도 화성과 중국 시안 신공장 증설에 수십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데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OLE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어 수혜를 계속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세메스는 1993년 1월 삼성전자와 일본 다이니폰스크린(현 스크린홀딩스) 합작사인 한국디엔에스로 출발했다. 2005년 사명을 세메스로 변경했고, 2010년 DNS가 보유한 지분 21.75%를 삼성전자가 인수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장비 자회사인 세크론과 지이에스를 합병, 전후 공정 반도체 장비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모두 보유한 종합 장비 기업으로 도약했다. 2015년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과 OLED 증설 투자에 힘입어 세메스·에스에프에이 외 AP시스템,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테라세미콘, 테스,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이오테크닉스, 케이씨텍, 한미반도체, 싸이맥스 등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대부분 올해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뛰거나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반도체 후공정 계열사 에스에프에이반도체 실적을 제외한 순수 장비 사업에서 81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