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이 늦어진다. 당초 7월에 위원회 설치 시행령을 제정하고 8월 출범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달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를 거치더라도 공식 출범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 과제인 데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지적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위한 규정안이 차관회의를 통과,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미뤄졌다. 2주 뒤인 22일 국무회의 상정이 유력한 가운데 이 또한 일정을 장담하긴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여러 안건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면서 “안건은 위원회 설치를 위한 근거에 해당하는 규정을 담은 내용이기 때문에 상정만 되면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조직 설치 및 운영안이 이달 내 국무회의를 통과해도 정식 출범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의 업무 지시 1호인 '일자리위원회'는 5월 16일 설치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지만 한 달이 지난 6월 21일에야 공식 출범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서둘러 추진하더라도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닻을 올릴 수 있다.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늦어지는 '지각 출범'이다. 운영안이 통과되면 사무처 구성과 민간 위원 인선, 주요 과제와 안건 등의 논의를 본격화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 특성상 민간 주도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 자리를 총리급 민간에 맡기기로 하는 등 다른 위원회와 차별화했다.
총리급 위원장으론 변재일 의원,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거론됐다. 최근에는 '주니어급' 실전 전문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급이지만 비상근직 무보수에다 경호 등 의전 지원에도 한계가 있어 무게감 있는 인물이 오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위원장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동으로 맡고, 간사는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 보좌관이 담당한다. 과기정통부 내에 지능정보화사회추진단이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 전담 조직으로 꾸려졌다.
산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위원회에 대해선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았다. 위원회 구성 준비 실무진에 민간 전문가 참여가 배제된 점을 지적했다.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준비 조직은 과기정통부 내 지능정보화사회추진단 중심이다. 공무원이 주축이 됐다. 업계 전문가는 “민간 인력이 초기 위원회 준비 실무 라인에서 배제된 점이 아쉽다”면서 “위원회가 출범하면 민간 참여를 늘려 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