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지정업체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왔던 알파홀딩스(옛 알파칩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알파홀딩스 창업주인 김기환 전 대표는 이미 보유 지분 대부분을 팔고 떠났다. 3년새 회사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면서 현금흐름 등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3월 알파홀딩스의 작년 연결재무재표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감사의견 한정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알파홀딩스는 지난해 150억원을 투입해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럴진 지분 37.64%를 인수,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알파홀딩스 작년 연결재무재표에는 바이럴진 지분 평가액과 영업권, 무형자산 약 148억원이 금융자산으로 계상됐다. 이에 대한 회수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회계법인이 한정 감사의견을 낸 배경이다.
알파홀딩스 관계자는 13일 “지난 9일 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고, 삼일회계법인에도 필요한 서류를 보강해서 보냈다”면서 “이행내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게 돼 있는데 그 안에 회계법인이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도 통과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딜로이트 등으로부터 바이럴진의 회사 평가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받아서 제출했다”고 밝혔다.
바이럴진은 대장암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미국 필라델피아 토마스제퍼슨 의과대학의 스캇 월드만 박사가 연구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 임상 1상을 완료했다. 바이럴진은 임상 2상을 진행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설립됐다. 현재로서는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다.
투자자와 반도체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이 같은 알파홀딩스 행보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이뤄진 인수합병(M&A)에서도 손해를 봤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알파홀딩스 주인은 창업주인 김기환 대표에서 알파크래프트 유한회사로 변경됐다. 알파크래프트는 사모펀드 카무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회사다. 알파홀딩스는 이처럼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110억원을 들여 스마트파이라는 회사를 인수한다. 이 회사는 모바일 영상 전송 인터페이스 반도체를 주력으로 개발했으나 M&A 당시 이렇다 할 매출이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해할 수 없는 '고가매입'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결국 실패하며 적자만 지속했다. 알파크래프트는 2016년 8월 프리미어바이오로 경영권을 매각했다. 지난해 알파홀딩스는 스마트파이 출신 인력과 관련 자산을 알파솔루션즈라는 이름으로 물적 분할했다.
회사의 재무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현금 흐름표도 이 때문에 악화됐다. 알파홀딩스는 지난해 알파솔루션즈를 물적 분할하면서 무형자산손상차손으로 86억원을 계상했다. 전환사채(CB) 발행시 정해뒀던 주식 전환가액과 실제 주가와의 차이로 인해 269억원의 장부상 파생금융부채평가손실도 발생했다. 결국 작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음에도 36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1분기에도 계속됐다. 보유 현금이 줄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으로 빚은 늘고 있는 형국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협력사로 코스닥 상장까지 간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업체 가운데 현재 창업주가 남아 있는 회사는 없다”면서 “창업주가 회사를 팔고 나가면 주력 업종이 바뀌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는 공장 없이 칩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팹리스가 설계한 코드를 받아 파운드리 업체 공정에 맞춰 생산에 쓰일 웨이퍼 마스크 제작과 테스트 등 백엔드 작업을 맡는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