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원로 일각에서도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 전날 기관장 위주 간담회에서 나온 지지 의견과는 정반대 의견이어서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을 지낸 박원훈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이사장은 1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4차 한림원탁토론회'에 참석, 청중 토론을 자처해 박 본부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박 본부장은) 능력과 정치력이 있고 대통령과 가까운 분이다. 혁신본부를 도입한 사람으로써 구국의 신념으로 일하겠다는 것도 모두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지금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본부장으로 계속 일했을 때 국가·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만 폭탄 지고 뛰어드는 구국이라면 몰라도 전체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양보하고 시스템에 맡기는 것이 진짜 구국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이 스스로 사퇴해야 혁신본부도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날 토론회는 과기혁신본부를 향한 정책 제언 취지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마련했다. 한림원은 국내 최고 석학·원로 과학자 단체다.
박 이사장은 한림원 종신회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한 과학계 원로다. 한림원 토론회가 '박기영 파문' 언급을 꺼린다고 생각해 발언을 자처했다.
박 이사장은 “어제, 오늘 여기(박 본부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다면 한림원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라면서 “한림원 운영에 도움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회원의 한 사람으로써 이 얘기를 해야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 본부장이) 계속 일했을 때 국가·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본부장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책 제언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되다 박 이사장 발언이 나오자 좌중이 박수로 화답했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간담회' 분위기와는 딴판이어서 주목된다. 박 본부장은 간담회를 자처, 황우석 사건 연루 등 의혹에 사과하고 20명 이상의 전·현직 기관장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참석한 원로·기관장은 대체로 박 본부장의 사과에 공감하고 입장을 옹호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