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가 2021학년도 수능에 절대평가를 확대키로 했으나, 취지와는 달리 내신·학생부종합전형 등에 의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 교육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 개편시안이 1안·2안 모두 현실과 타협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첫 공청회를 시작으로 16일, 18일, 21일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31일 최종안을 발표한다. 11일 공청회에서는 1안·2안으로 의견이 좁혀지기는커녕 수능개편시안을 포함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만 쏟아졌다. 세 차례 남은 공청회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보다 수시전형 개혁하라” =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한 수능이 입시 줄 세우기로 변질됐다는 것이 개편 논의의 출발점이다. 수능에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이유는 1점에 연연하는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정작 수능(정시)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비율은 2018학년도 기준 36%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학생부전형이 내신과 활동기록 등에서 수능보다 경쟁이 더 심한 상황에서, 비중이 적은 수능만 개편해서는 교육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그나마 수능은 사고력을 키우는 시험이고 내신이야 말로 줄세우기가 더 심하고 학습방법도 그야말로 암기식”이라면서 “학생부전형을 그대로 두고 수능을 개편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절대평가 확대해도 9등급이면 상대평가나 마찬가지 = 절대평가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교사·학부모도 쓴소리를 한다. 교육부는 절대평가를 도입해도 9등급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89점과 90점, 1점차이가 한 등급을 나누는 9등급은 결국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측은 수능이 변별력을 잃어 또 다른 전형으로 경쟁이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하는 측도 9등급은 겉모양만 절대평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패자부활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 학기나 한두과목을 놓쳐도, 아니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언제든지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수학교사는 “학교 수업은 수능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수학의 개념을 통해 다양하게 세상을 보는 방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기존의 수능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가르쳐주는 게 현실”이라면서 “상대평가와 큰 차이가 없는 9등급이라고 한다면 수능의 영향력은 전혀 약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