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근무환경 변화 바람...산업 특수성도 살려야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가 근무 환경을 바꾸고 있다. 업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는 게 취지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는 3분기 내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적받은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마무리 짓는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이미 지급을 마쳤다.

넷마블게임즈는 약 44억원 규모 2016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 후 2014년, 2015년 초과근무수당 지불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자문을 얻고 직원 대표격인 사내노사협의회와 함께 2년치 초과근무수당 산정을 시작했다. 9월 말까지 지급한다.

스마일게이트는 개발직군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마쳤다. 인사 조직을 중심으로 외근 등이 잦은 지원조직 초과근무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 중이다. 결론이 나는대로 수당을 지급한다.

이들 회사는 올해 상반기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법정노동시간 초과근무와 이에 따른 수당 미지급을 지적받았다.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는 수당지급과 함께 초과근무를 줄이고 업무시간에 집중해 일하는 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관리자를 중심으로 근무를 체계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업무시간에 집중해 일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넷마블게임즈는 올해 상반기부터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야근을 금지했다. 주로 심야에 하던 게임 업데이트도 주간으로 변경했다. 휴일 근무 시 대체 휴가를 의무화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불필요한 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규정된 근로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휴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로 향하는 직장인. 판교=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휴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로 향하는 직장인. 판교=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뉴스의 눈>

게임업계는 2000년대부터 '탄력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개발조직 자율을 보장하는 취지다. 근태보다는 결과를 중시했다.

게임업계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며 탄력근무는 '크런치모드'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시장환경에 따라 게임을 시의적절하게 내 놓을 필요가 높아졌다. 출시일자를 맞추기 위해 개발 막바지 야근과 주말근무를 불사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하지만 게임이 흥행산업임을 고려하면, 합당한 보상을 전제로 연장근무를 받아들이겠다는 개발자도 상당수다. 전자신문이 게임업계 종사자 8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564명 중) 중 42.6%가 '인센티브나 수당이 명확하다면 크런치모드(3개월~6개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심야 시간에 이용자가 몰리는 게임서비스는 야간 근무는 불가피하다. 게임개발·운영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계적 칼퇴근' 보다는 탄력근무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 게임사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대기업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서라도 개발 일정을 맞출 수 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자금과 개발인력이 부족한 영세 게임사는 합당한 보상을 줄 수도 없고, 근무시간을 줄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개발자 집중도를 고려해 야근이 많고, 지원 인력이 동떨어져 운영될 수 없다”면서 “법의 잣대로 들이대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우려했다. 창업은 물론 중소게임사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률적인 법 적용이 자칫 가뜩이나 양극화된 게임 생태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판교테크노벨리 야경
판교테크노벨리 야경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