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높아지는 탈원전 반대 여론에 정면돌파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임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는 호혜적 효과를 내세우며 '당당한 협상'을 강조했다. 추가 증세 계획은 없지만 국민이 합의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00일 첫 기자회견에서 탈원전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관련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유럽 등 선진국의 탈원전 정책은 굉장히 빠르다. 수년 안에 원전을 멈추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저는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완료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닫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지적해온 급진적 정책 추진이 아님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탈원전 우려 불식에 공을 들였다. 탈원전 정책은 수십년이 소요되는 장기 계획임을 상세히 밝히며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근래 가동되는 원전이나 건설되는 원전의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 데 6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 시간동안 LNG,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원을 마련하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또 “전기요금의 대폭적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아니다”라며 “탈원전 정책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놓고는 “미국의 FTA 개정 협상요구에 대해 당장 무언가 큰일이 나는 듯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당당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운영 재원 관련해서는 현 복지, 경제 정책을 위한 추가 증세안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필요한 만큼 정부가 증세방침은 밝혔다”며 지금까지 내놓은 과세 범위를 뛰어넘는 증세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공론이 모아지고 합의가 이뤄지면 추가 증세는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현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은 점점 그 임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열린 소통하는 모습에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했다”고 극찬한 반면 야권은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쇼통'의 전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해 솔직히 밝힌 점은 국정운영을 예측가능케하고 안정감을 주는 기자회견으로 높게 평가한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야권은 “핵심질문에 대해 알맹이 없는 답변을 이어갔고 인사문제·부동산 정책 등에서는 국민이 느끼는 심각성·인식과 동떨어진 답변을 통해 안일한 현실인식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