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투명 종이 기반 3차원(D) 마이크로 유체 칩을 개발했다. 생체 친화성이 높은 바이오 칩·센서로 활용이 기대된다.
현진호 서울대 교수팀은 '투명한 종이 기반 3차원 채널 마이크로 유체 칩'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마이크로 유체 칩은 마이크로미터(㎛) 규모에서 유체 흐름과 열 전달, 물질 전달을 제어하는 장치다. 임신 진단, 단백뇨 검사, 말라리아 검사, 자가진단 키트 등에 사용된다. 독성가스와 중금속 이온을 검출하는 환경 분야에서도 쓰인다. 연구팀은 이를 3D 프린팅 공법, 종이 소재로 만들었다.
3D 프린팅으로 마이크로 유체 시스템을 제작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소재, 제조 방법이 제한적이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려면 실리콘이나 아크릴계 수지를 사용해야 했다. 응용 범위가 제한된다.
마이크로 유체 시스템에 펄프 섬유를 사용하려면 층 별로 구조체를 조립한 다음 여러 층을 쌓아야 한다. 종이 기반 제작 기술은 3D 프린팅이 아닌 이 같은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 형태의 셀롤로오스 나노섬유를 3D프린팅 출력물 지지대(매트릭스)로 사용했다. 매트릭스 내부에 유체가 흐를 수 있는 3차원 통로(채널)를 갖춘 구조체를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종이 칩은 추가 접합, 조립 없이도 내부에 다양한 구조체를 구현, 집적할 수 있다. 유체가 통로에 머무르지 않아 시료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투명성을 갖춰 통로 내부의 유체 이동이 보인다.
천연 소재여서 생체 친화 특성을 갖췄다. 연구팀은 새로운 개념의 바이오 칩이나 센서, 광학 분석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진호 교수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얇은 종이 소재 내부에 3차원 미세 채널을 도입, 마이크로유체칩을 개발했다”면서 “기존 종이 칩이 갖는 한계를 극복해 실리콘 칩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의료·환경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ACS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인터페이스'에 게재됐다. 교육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혁신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