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미시간 주에 전기자동차 부품 공장을 세운다. LG전자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제너럴모터스(GM) 볼트 생산에 탄력을 줄 뿐만 아니라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현지 전기차 제조사로의 판로 확대도 기대된다. 최근 불거진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하고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기회를 늘려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LG전자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교외 헤이즐파크에 2500만달러(약 285억원)를 투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설립한다고 23일 밝혔다. 미시간 주 전기차 부품 공장은 연면적 2만2000㎡ 규모다. 2018년 1분기에 완공한다.
미시간 주 트로이에 위치한 VC북미사업센터와 시너지, 주 정부 자금 및 채용 지원과 같은 각종 인센티브 등을 감안해 이 지역 공장 부지와 건물을 임차해서 생산 설비를 구축키로 했다.
LG전자 미시간 공장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팩을 우선 생산할 예정이다. 모터 등 주요 전기차 부품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해 나간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밀집한 미시간 주에서 전기차 부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현지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LG전자가 구동 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쉐보레 볼트 EV'도 미시간 주 오리온 타운십 공장에서 양산한다. 부품 공급 효율화로 전기차 생산성을 높일 전망이다.
LG전자는 미시간 주에 제조공장을 둔 포드, FCA 등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포드 경영진과 만나 향후 협업을 논의한 바 있다. 현재 LG화학이 포드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FCA는 지난해부터 미니밴 '퍼시피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했다. LG전자가 미시간 공장을 세우면 배터리팩 공급뿐만 아니라 다른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모비스 공장이 미시간 주에 위치해 있다. LG전자는 현대·기아차에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을 공급하고 있어 추가 협력도 가능할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0만4178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중국(25만7929대), 유럽(10만869대)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65.5%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현지 공장 설립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해외 기업에 잇단 러브콜을 보낸 데 대한 적극 화답으로 해석할 수 있다. LG전자와 미시간 주는 이번 공장 설립으로 300여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부품 분야를 선도하는 LG전자가 미시간 주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사장)은 “이번 공장 설립은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미국 완성차 업체에 LG전자가 최고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