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R&D...과기정통부, 구조조정 TF 가동

일부 사업 통폐합 전망…4차 산업혁명·미세먼지 해결 등에 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TF를 구성하고 분야별 R&D 사업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2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습.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TF를 구성하고 분야별 R&D 사업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2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습.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해 고강도 구조 조정에 나선다. 대형 국책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가운데 대형 시설 구축 등 일부 R&D 사업이 통폐합 또는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TF를 구성하고 분야별 R&D 사업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TF 명칭은 '어떡할래'다. 해당 TF는 관행상 이뤄지던 R&D 투자를 전면 재검토, 지출 절감이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방안을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업무 보고 자리에서도 보고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TF 설치를 주도했다. 과기정통부 내 재정 담당 부서는 물론 R&D 사업 수행 부서, 범 부처 R&D 정책 부서도 TF에 참여했다. 국가 R&D 전반을 살펴 구조 조정 기준, 목표, 대상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리띠 졸라매는 R&D...과기정통부, 구조조정 TF 가동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연구기관으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R&D 사업 목록도 확보하고 있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 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일 때 시행한다. 정부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부터 우선 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R&D 사업 전반이 구조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 때 R&D 투자가 지속 증가했지만 유사·중복 사업이 늘어나는 등 투자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TF 운영으로 대형 시설 구축·운영 등 관행으로 이뤄진 R&D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검토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업은 통폐합하거나 개편한다. 일부 사업은 관리 효율화 방안도 수립한다. 모두 'R&D 지출 절감, 투자 효율화'가 목표다.

TF 활동을 통해 절감한 예산은 문재인 정부의 전략 분야에 재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 대응 R&D, 미세먼지·감염병 등 국민생활 문제 해결에 투자한다. 추격 연구나 대형 시설 구축은 지양하고, 선도·기초·원천 연구 투자를 늘리는 게 골자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기초·원천연구 예산 2배 확대' 재원 마련 측면도 있다.

TF 활동 결과는 2019년도 예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획재정부를 거쳐 잠정 수립된 상태다. 현실적으로 구조 조정은 어렵다. 올해까지 TF가 구조 조정 방안을 마련하면 2019년도 예산 수립 때 적용한다. TF 안은 그동안 매년 시행돼 온 일상의 지출 절감안보다 강도 높은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가 R&D 체질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TF 가동은 과감한 구조 조정을 통해 국가 R&D 체질을 선도형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관행상 투자됐다든지 추격형도 선도형도 아닌 '컴포트존'에 머무르는 사업은 재검토 대상”이라면서 “앞으로 국가 R&D는 당장 사업화할 수 있는 R&D,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선도형 R&D로 양분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우주·원자력 같은 거대·공공 R&D, 입자가속기 건립 같은 대형 시설 구축 사업이 재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막대한 예산이 장기 투자되는 사업, 중복 투자가 우려되는 사업, 시설 효용을 따져 봐야 하는 사업이 재검토 1순위다.

구조 조정이 사회복지 예산 확보를 위한 R&D 투자 축소나 현 정부의 국정 기조 구현을 위한 전 정부 '색깔 지우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원자력 분야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R&D 투자 축소가 우려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정부의 역점 사업인 19대 미래 성장 동력, 9대 전략 프로젝트 사업도 재검토한다.

R&D 구조 개혁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단절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도 과기정통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중단하기보다 기왕 투자한 사업이 잘 매듭지어지도록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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