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동 블록체인 인증 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에 삼성SDS와 현대정보기술, KCC정보통신이 참여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LG CNS와 SK C&C는 시스템 구축 목표 일정 등이 맞지 않아 입찰에 불참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공동 블록체인 구축사업에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 3개사가 참여했다. 삼성SDS와 현대정보기술-블로코 컨소시엄, KCC정보통신-IBM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인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기존 공인인증서를 분산형 장부기술인 블록체인 인증으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내년 2월 시범 사업, 4월 정식 오픈하는 일정이다.
그간 일정이 수개월 지연되고 특정 스펙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금융투자업계 블록체인과 비교되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은행연합회는 최종 입찰에 복수 사업자가 들어온 만큼 내년 2월을 목표로 은행 공동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다음달 1일 입찰에 참여한 기업 대상으로 제안 발표를 할 예정이며, 이르면 이 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예산과 시스템 구성 등 협상도 다음 달 마무리하고 내년 2월까지 블록체인 인증 시범사업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어 4월 본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블록체인 부문 전문성을 보유한 LG CNS와 SK C&C는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LG CNS 관계자는 “R3 코다 엔터프라이즈 기능의 국내 릴리즈 시점이 이번 사업 일정과 맞지 않아 더 완벽한 고품질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득이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입찰과 관련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기존 시스템통합(SI) 업체 선정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은행연합회는 입찰 규정에 '최근 3년간 은행연합회 및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전산시스템 구축실적이 있는 자'로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구축 실적에 대해서도 단일 사업 실적을 50억원 이상으로 명시해 사실상 국내 대형 SI기업 외에는 입찰이 불가능하다.
한 블록체인 업계 대표는 “단일 매출 50억원 규정은 사실상 대형 SI만 참여하라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는 신뢰성 검증을 위한 최소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는 블록체인이 신기술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 블록체인 기술사업자 선정 당시 참여 의사를 보인 대형 IT회사는 LG CNS와 코스콤 뿐이었다.
한 블록체인 기술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신기술과 다름없는 블록체인 도입을 기술력보다는 기존 시스템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선정하겠다는 발상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럼 매출 50억원을 시현하지 못한 기업 기술은 신뢰성이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금융투자업계 블록체인은 시스템 구축에 따르는 비용을 기술업체가 부담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회원사가 이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당시 대형사들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사업에 불참했다. 당시 더루프 등 중소업체를 기술사업자로 선정한 이유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중앙 집중 저장기관이 없는 분산원장(블록체인) 특성 상 SI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블록체인에 대한 잘못된 기준이 생길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