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는)대형 선단에서 선단장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섭고, 참담합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총수 부재 사태가 삼성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윤 대표는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 개막을 앞두고 31일 독일 베를린 웨스틴 그랜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는 부문제로 되어있어 각 사업을 맡는 대표이사가 있다”면서 “우리가 힘든 것은 어선 선단처럼 여러 척이 나가서 공동작업 하는데 선단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하나의 배를 통제하는 선장은 있지만, 전체 배들을 아우를 선단장이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업부 재편 등에서 애로 사항이 있다”면서 “지금 IT 업계는 음성인식·빅테이터·사물인터넷(IOT) 등과 맞물려 엄청난 변화가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부문 대표가 있지만, 각자 사업을 맡는 사람으로서 사업구조 재편이나 큰 인수합병(M&A)을 하기 어렵다”면서 “워낙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고, (이런 생각에) 잠도 잘 못자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M&A가 무산되는 등 우려가 현실이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윤 대표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중 한 곳을 인수 시도했었고, 거의 막판까지 갔다가 (인수를) 못했다”면서 “규모가 있는 M&A였지만, 제 때 결정을 못해 인수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총수 부재 사태를 보는 외부와 내부 시각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대표는 “선단장 없이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 외부에서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반도체 사업이 잘되고 있지만, 부회장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3~5년 뒤 비전으로 향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개편이나 M&A가 중단돼 있기 때문에 무섭고 두렵다”고 덧붙였다.
개별 사업을 넘어 전체를 바라보고, 판단할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윤 대표는 “가정이든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게 오너십”이라면서 “이런 오너십이 오늘의 삼성을 이뤘는데, 지금 그것이 부재중”이라고 말했다.
베를린(독일)=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