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각종 국가정보화 지수 1위를 차지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지수는 2년 연속, 가구 인터넷 접속률과 인터넷 평균 접속 속도에서도 1위를 달성했다. 블룸버그 혁신 지수도 1위다. '2017년도 국가정보화에 관한 연차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또 다른 자료인 '정보통신산업 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CT 산업 성장률은 5.3%로 비ICT 산업 성장률(2.4%)보다 2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ITU 의장단 의석수는 13석이다. 세계 네 번째로 많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엔 ITU 텔레콤월드 유치에도 성공했다.
ICT 관련 각종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경제력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T 839' 'ICT 특별법' 'K-ICT 전략' 등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 체계를 갖춰 추진한 결과다.
그러나 강대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 상황이 심화된다. ICT 강국이라는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다. 이미 경보음이 울리는 분야가 있다. ITU가 2년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사이버 보안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3위로 내려앉았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로, 말레이시아, 오만에도 밀렸다. 기술, 조직, 역량 등 주요 지표가 하락한 탓이다.
ICT는 우리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4차 산업혁명 근간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ICT 기능 축소를 비롯해 현 정부에서 ICT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다. 구체화된 산업 육성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부처 공무원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ICT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지금이라도 IC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