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반 궐련 담배와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진영과 일반 담배 대비 유해성이 덜하니 낮은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새로운 과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입장과 또 다른 증세라는 논란은 물론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로비설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 갑(20개비)당 126원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와 동일한 594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소세 일부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4300원에 부과되는 세금은 담배소비세 528원과 지방교육세 232.2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438원, 개별소비세 126원, 폐기물부담금 24.4원, 부가가치세 391원 등 1739원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파이프 담배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개소세를 일반 담배와 동일한 594원으로 인상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개소세가 인상 된다면 지방교육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개소세 인상은 사실상 확정이다. 다만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한 뒤 인상폭과 적용 시기를 조율하는 것만 남았다. 이 또한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으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논의해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일반 담배와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야 된다는 찬성 측 입장은 궐련형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정부의 공식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과세 공백을 이유로 일단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세금을 적용한 뒤 차후 유해성이 덜 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감세를 하자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를 시작한 만큼 해당 결과를 지켜본 뒤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유해성이야 식약처가 검증에 들어갔고 해외 각국의 연구 단체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곧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해 과세에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은 여전히 의문점이 제기된다. 일반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해서 과세 공백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그동안 국민 건강을 빌미로 단행해 온 증세와 세금 책정의 명분을 잃게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1월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서 국민 건강을 빌미로 한 금연 정책의 일환이라는 이유를 제시했기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한 과세 공백이라는 표현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술이 발전하면 담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현상과 사물의 대체재 및 대안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자원의 한정성과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대안으로 떠오른 전기자동차와 수소차 등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유류세가 줄어든다면 정부는 과세 공백이 발생했으니 휘발유, 경유와 동일한 세금을 책정할 것인지 되묻고 싶은 부분이다.
현재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일반 담배보다 만족도가 덜하고 고가의 디바이스 구입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해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신뢰하고 냄새와 담뱃재가 없어 타인에게 간접흡연 등의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를 일반 궐련 담배로 분류한 국가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단순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담뱃값 인상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음에도 국제 형평성을 주장하며 인상을 강행한 것과 정반대 논리다. 정부는 국민을 위하고 국민 건강을 이유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 더욱 철저한 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세금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