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배터리 보조금 지원 대상이 한국 기업이 또 탈락했다. 올해만 여덟 번째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지난 1일 '8차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을 발표하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95개사 273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공신부는 여덟 차례에 걸쳐 184개사 2538개 모델을 목록에 포함시켰지만 국내 업체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단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더해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업체 피해는 커지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경우 하반기부터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중단되면서 난징과 시안에 위치한 현지 공장가동률이 한 때 1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던 이들 업체는 중국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저압 배터리, 하이브리드차(HEV) 배터리, 한국 수출 물량 등을 집중 생산하며 가동률을 50~70%까지 회복한 상태다.
지난해 176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LG화학의 중국 내 자동차용 배터리 제조·판매법인인 난징 LG화학 뉴에너지 배터리 주식회사는 가동 1년 만인 올해 1분기 첫 흑자를 내기 시작해 상반기 83억원의 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삼성SDI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만드는 시안 공장(SAPB)이 올해 상반기 191억원 순손실을, 창춘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 조립 공장(SCPB)은 17억원 적자를 냈다. 유럽 수출 물량과 ESS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해 내년에는 가동률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점차 충격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을 따라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협력 업체들은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현지에 세운 자회사 실적 부진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일부 업체는 현지에 파견한 임직원들을 국내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한 배터리 협력사 관계자는 “고객사를 따라 진출한 중국 현지 공장 가동률은 사드 보복 조치 이후 많이 떨어진 상태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언제 풀릴지도 불투명한데다 고객사로부터도 구체적 정보를 얻지 못해 중국 현지에 파견 보냈던 임직원들을 일단 국내로 불러들인 상태”라고 전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